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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신발 한 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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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아니다, 하며 의혹을 부인하던 최순실이 검찰에 출두하면서는 죽을 죄를 지었다고 했습니다. 죄송하다, 용서해달라고도 했습니다. 그동안의 자세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벙거지 모자 눌러쓰고 얼굴 가린 채 울먹이는 듯했습니다. 힘없이 비틀거리다 신발 한 짝이 벗겨지기도 했습니다. 비선 실세의 위세는 온데간데없고 나약한 아낙네의 모습뿐이었습니다. 실제 그럴 수도 있고, 미리 짜놓은 연출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입니다. 그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에 용서란 아직 끼어들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50여명이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선장과 같은 책임감”을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그가 말하는 책임감은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구현될까요. 반면 대변인 등 일부 당직자들은 사퇴했습니다. 새누리당의 리더십은 내부에서부터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정국 수습을 위한 거국내각에 대해 여야의 입장이 엇갈립니다. 거국내각은 원래 야당이 주장했던 것입니다. 이를 어제 새누리당이 수용키로 했습니다. 그러자 야당이 입장을 바꿨습니다. 짝퉁 거국내각이다, 총리부터 해임해야 한다, 하며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정권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는 데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개헌이나 특검이 이슈화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패턴이었습니다. 역량 있는 야당을 기대하는 국민에겐 실망스러운 행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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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해운산업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름하여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입니다. 빅3로 구성된 현재의 해운업 구조를 유지하면서 견뎌보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구조조정 방안을 기대하던 시장에선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해운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 전체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위험도 있습니다. 정권 말기 책임질 일을 하지 않으려는 관료들의 무사안일주의가 발동한 건 아닌지요. 폭탄 돌리기의 부담은 결국 국가경제 전체로 돌아갑니다.

FBI의 클린턴 e메일 스캔들 재수사로 미국 대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클린턴의 지지율은 바짝 붙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인터넷 조사에선 클린턴 당선확률이 90%라지만,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합니다. 영국에서도 이성이 감정을 설득시키지 못했습니다. 브렉시트가 그 산물입니다. 그래서 미국 대선은 더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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