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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조카 장시호 지내던 제주 빌라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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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대포동 2120에 있는 S빌라. 건물 뒤로 감귤밭이 있고 전면에 대포항이 있어 5분만 걸으면 바다가 펼쳐진다. 신라·롯데호텔 등이 들어선 중문관광단지가 차로 5분 이내인 거리에 자리했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온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37·개명 전 장유진)씨가 최근까지 지내던 제주도의 별장형 빌라다.

등기부등본상 145.61㎡(약 44평)의 넓이인 장씨의 집은 관리사무소 바로 옆에 위치했다. 건물의 다른 세대와 다르게 외부인의 출입을 상시 녹화하는 폐쇄회로(CC)TV 2대 등 사설경비 시스템이 별도로 설치돼 있다. 모든 창문에는 외부 출입을 감지하는 사설업체의 경보장치가 달려있다.

장씨가 이곳에 거주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확인됐다. 해당 세대의 우편함에는 주정차위반 사유로 추정되는 과태료고지서가 들어 있었다. ‘남양주 시장’ 발로 온 고지서에는 받는사람 명의가 ‘장시호’로 돼 있었다. 장씨는 16세대가 입주해 있는 이곳에서 5년 가까이 생활했지만 반상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주민과 소통 없이 생활해왔다.

이웃 주민 K씨는 “장씨가 평소 반상회 등에 나오지 않았고, 외제차 여러대를 타고 다녀 제주도 밖에서 렌터카 관련 사업을 하는 줄로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학교에 다닌다는 초등학생 아들과 단둘이 생활했는데 올해 초 이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살았다”는 주민의 증언대로 장씨의 집 현관문 앞에는 아이가 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전동차’가 비닐에 쌓여 있다. 또 해당층 외부의 왼쪽 끝에도 어린아이가 들어가 놀 수 있는 3.3㎡ 크기의 놀이 시설이 보인다.

장씨가 생활했던 집은 지난 2009년 4월 지어진 걸 지난 2012년 7월5일 4억80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이 빌라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1채에 5~6억에 거래되고 있다. 빌라 관계자는 “이 빌라의 소유자들은 대부분 이곳을 별장처럼 사용해 매일 거주하는 것은 아니고 1년에 몇 차례 거주한다”며 “장씨나 주변 인물들을 최근에 보지 못 했고 올해 초 집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중문동에 있는 H빌딩 상가 건물을 임대해 한동안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 4층을 2014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2년간 임대했다. H빌딩 건물주 K씨는 “당시 30대 젊은 여자가 국제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사무실을 빌린다며 수천만원의 보증금과 1000만원대의 연간 임대료를 모두 5만원권 현금으로 들고 와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 사무실 인근에서 최순실씨로 추정되는 인물을 봤다는 목격담도 들렸다. 장씨와 거래를 했던 부동산업체 대표 L모씨는 “따로 소개를 받지 않아 최순실씨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2년전쯤 장씨의 이모라는 사람이 사무실 밑 커피전문점에 온 걸 2차례정도 본적이 있다”며 “최근 언론에 노출된 최순실씨의 사진을 볼 때 그 이모가 최순실씨와 동일인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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