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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 해제 직전 고르바초프-사하로프 통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모스크바 AFP·UPI=연합】소련의 반체제 물리학자 「사하로프」박사는 유배생활에서 풀려나기 전 「고르바초프」공산당 서기장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그에게 모든 정치범의 전면사면을 요구했다고 「사하로프」박사의 친구들이 20일 밝혔다. 「사하로프」박사는 지난 16일 「고르바초프」가 전화로 그와 「보네르」여사의 유배해제를 통고했을 때 이같이 탄원하면서 치스토폴 감옥에서 유배 중이던 「사하로프」박사의 친구인 반체제인사 「마르첸코」가 지난10일 사망한데 대해 깊은 슬픔을 나타냈다고 친구들이 전했다.
「사하로프」박사가 『「마르첸코」는 죽었지만 다른 정치범들을 구하기엔 아직 늦지 않았다』며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자 「고르바초프」는 『우리는 이미 일부 인사를 석방했지만 정치범 중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하로프」박사는 이에 대해 『물론 그렇지만 그들은 모두 석방되어야 한다』고 말하자 「고르바초프」는 구체적 언질을 주지 않은채 『좋은 말이다. 하여간 모스크바로 돌아와 「애국적」화학연구를 계속하라』고 응답했다.
「사하로프」박사는 이어 「고르바초프」가 국가발전에 진정 관심이 있다면 전면적인 사면선언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친구들은 전했다.
한편 「사하로프」박사는 21일 자신은 모스크바로 귀환하더라도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이 보도했다.
이 방송은 「사하로프」박사의 말을 인용, 그것이 『나에게 달려 있는 만큼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옳고 필요한 일이라 믿기 때문에 항상 생각한 바를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타타르 자치공화국 운동을 주도하다 18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12년 동안 시베리아의 강제노동 수용소에 유배됐던 소련의 반체제인사 「무스타파·드제밀로프」(43)가 20일 석방됐다고 그의 친지들이 말했다.
소련 내 양심범의 한 명으로 서방세계에도 잘 알려진 「드제밀로프」의 석방은 인권운동가 「사하로프」박사의 고르키 유배 해제에 뒤이은 것이다. 「사하로프」박사는 자신과 아내가 『21일 밤 열차 편으로 고르키시를 출발, 22일 아침까지는 모스크바에 도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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