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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 위임, 강력한 책임 총리에 내정 맡겨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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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호 1 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도를 넘는 국정 농단이 드러나면서 임기 1년4개월을 남겨놓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휘청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14%로 나타났다. 9월 둘째 주 조사(33%) 이후 6주 연속 하락세다.


리더십 실종으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박 대통령이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취임 전 박 대통령의 경제 분야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중앙SUNDAY가 마련한 토론에서 “대통령이 신뢰를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줘 위임하는 게 낫다”며 “강력한 책임 총리를 임명해 권한을 나눠서 무정부 상태로 가는 걸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맡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게 해 남은 임기를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를 실험하는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김병준 국민대 교수)거나 “국회가 정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상 규명, 관련자 처벌 등 정치 회복 능력을 보여야 한다”(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백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정책 브레인들이다.


세 사람의 토론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청년 실업, 경기 활성화, 북핵 위기 등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중차대한 국정 과제들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현 위기를 돌파할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중앙SUNDAY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성사됐다.


지난 26일 조찬을 겸해 이뤄진 토론에서 세 사람은 “비선 문제가 불거지면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과 참모들의 판단력을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며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총사퇴 등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백용호 교수는 “박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권한 위임을 하지 않고 시시콜콜 챙기는 스타일이라 리더십이 무너지면 국가 전체적으로 대단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준 교수도 “이 정권엔 ‘공범’이 없다”며 “정권을 창출하고 신념을 지키려는 공범이 어려울 때 수습하겠다고 덤비는데 (이 정권은) 그것도 못할 것 같아 청와대 없는 초유의 사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향후 국정 운영의 중심은 총리가 맡아야 한다는 데도 일치했다. 김 원장은 “국회의 추천을 받은 총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식을 취하면 법적인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책임 총리 임명을 강조했다.


국회의 ‘승인’을 거쳐 임명된 책임 총리가 앞으로의 국정과 정치 일정을 지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는 여야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세 사람은 새로운 책임 총리가 ▶최순실 사태에 대한 진실 규명 ▶경제 살리기 ▶개헌 논의와 차기 대선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 상황에 대응해서는 단기 처방보다는 공정성 확보와 고통 분담을 통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일반인 입장에서는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높은 사람들부터 법과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생각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 교수도 “경제는 상당 부분이 심리인데 정책으로만 풀려는 게 문제”라며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정치적 신뢰, 리더십을 통해 사회적 난제와 갈등을 해소해가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고통 분담을 국민에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 역시 “정치권에서도 ‘뭘 해주겠다’는 말만 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도 인내와 양보를 요청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창우 기자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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