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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한 달…한우값 100만원 폭락, 축산농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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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시행 한 달을 맞은 27일 사회 전반엔 희비가 교차했다. 매출이 줄어 울상인 자영업자도 있었지만 접대성 회식이 사라져 ‘저녁 있는 삶’을 반기는 직장인도 많았다. 과도한 법 적용에 따른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도 늘고 있다.

부정청탁 금지법 초기 현장 점검
문 닫는 식당 수는 시행 전과 비슷
교수들 민간기업 취업 추천도 조심
‘2차’ 줄어 저녁 있는 삶 긍정 효과

대학가에선 취업준비생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교수들이 우수 학생을 기업체에 추천하던 관행이 김영란법에 저촉될 것이란 오해가 퍼졌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뒤늦게 “공공기관·언론사·학교에 추천하는 것만 문제”라고 밝혔지만 상당수 교수는 민간기업 추천까지 조심하는 분위기다. 충남의 한 사립대 부총장은 “청탁을 막으려면 투명하게 채용 과정을 운영해야지 취업 지원 전체가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골프장과 주변 음식점은 된서리를 맞았다. 경기도 용인의 A골프장 인근 한우전문점 주인은 “매출이 30% 감소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축산농가로도 이어졌다. 이종범 한우협회 청주지부장은 “우시장에서 한우 거래가격이 100만원 정도 떨어졌다. 계속 하락 중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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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전북 전주의 한 일식집에 ‘그동안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영란법 시행 전에는 이 식당 주차장의 빈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고 주변 상인들은 전했다. [뉴시스]

관공서 주변 식당가도 한산한 모습이다. 시청과 구청, 법원 등이 몰려 있는 대전시 둔산동 일대는 손님이 10~20% 줄었다. 식당 주인 박정환(45)씨는 “관공서가 구내식당 휴무일을 확대했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양식업계도 타격이 심하다. 김철범 완도전복㈜ 총무부장은 “한 달간 판매량이 2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식당 폐업이 늘고 있진 않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관공서가 밀집한 종로구와 중구에서 이달 폐업한 외식집은 각 12곳, 23곳씩이다. 법 시행 전인 8~9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이나 접대가 많던 기업 홍보팀은 편해졌다. 서울 송파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공사 인허가와 관련한 민원이 들끓었는데 요즘엔 조용하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의 홍보팀 직원은 “매주 2~3차례 있던 저녁 자리가 줄고 점심 약속이 늘었다.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실제로 신한카드가 김영란법 시행 전 10일과 시행 후 14일 일 평균 법인카드 사용액을 분석해 보니 유흥주점 사용액이 5.7% 줄었다. 이종석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장은 “‘2차’ 문화가 줄고 접대문화도 간소화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 시행 직전 법인카드로 ‘마지막 만찬’을 즐긴 경우도 많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7~9월 일반 음식점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액(4조1200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다. 서울의 란파라치 학원장 문모씨는 “수강생 숫자가 지난달에 비해 10%가량 늘었지만 포상금으로 ‘대박’ 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한 달간 접수된 서면신고는 12건이다. 신고 대상자는 자치단체 공무원 4명, 경찰 일반공무원 1명, 일반인 7명이다. 289건의 112 신고가 있었지만 대부분 상담성 문의였다.

윤석만·김경진·조진형 기자 전국종합=전익진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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