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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대회에 105억 쓴 CJ…침체된 KPGA투어는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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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사무국과 CJ그룹은 24일 서울 중구 필동의 CJ인재원에서 PGA 투어 더 CJ컵@나인브릿지 개최를 공식 발표했다. 2017년 10월부터 10년간 제주 혹은 여주 나인브릿지에서 대회를 열 계획이다. 대회 총 상금은 925만 달러(약 105억원)로 메이저 대회 수준이다. 78명의 출전 선수 중 60명은 PGA투어 상위 랭커들로 채워진다. 경욱호 CJ 마케팅 부사장은 “60명을 제외한 나머지 18명의 출전 선수에 대해 PGA투어 측과 논의하고 있다. 한국 선수는 최소 10명 이상 출전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날 발표대로 대회가 열린다면 한국 선수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리게 된다. 출전 선수들은 국내 PGA 투어를 통해 미국 무대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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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CJ컵@나인브릿지는 메이저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외하곤 상금 규모가 가장 큰 PGA 투어 정규 대회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가 13개 대회 총상금 95억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선수들의 괴리감은 너무나 크다. KPGA 투어가 날로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상금이 100억원을 넘는 PGA투어 대회 개최는 선수들의 박탈감을 크게 할 뿐이다. CJ그룹은 “한국 여자골프는 2002년부터 4년간 LPGA 투어 국내 개최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검증된 방법을 통해 남자골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CJ는 KPGA 투어는 외면하고 있다. 2011년부터 3년간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을 후원하다 중단한 상태다. KPGA는 떨떠름한 가운데도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양휘부 KPGA 회장은 “PGA 투어의 국내 개최는 남자골프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올시즌 20개 대회 개최를 약속했지만 신규 대회 1개만 유치하는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들은 "105억원 상금이면 굵직한 KPGA 투어 10개를 열 수 있는데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10년간 메이저급 대회 개최 발표
“78명 중 최소 10명 한국선수 출전”
“105억이면 국내대회 10개 가능”
골프 관계자들 아쉬운 목소리

더 CJ컵@나인브릿지는 LPGA 투어의 KEB하나은행 챔피언십과 비교할 수 있다. 출전 선수가 78명으로 같고, 비슷한 시기에 개최된다.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은 LPGA 투어 상위 상금순위를 제외하고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상금 순위 12명과 스폰서 초청 7명으로 출전 명단이 꾸려진다. 하지만 PGA 투어의 경우 2017-2018 시즌 초반 경기라 톱랭커들의 불참 가능성이 크다. 지난 23일 말레이시아에서 끝난 PGA투어 CIMB 클래식(총상금 700만 달러)에도 세계랭킹 1~4위가 모두 나오지 않았다. 세계랭킹 7위 패트릭 리드(미국)가 최고 톱랭커였다. 27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총상금 950만 달러의 WGC HSBC 챔피언스에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와 4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출전하지 않는다.

PGA 투어는 내년 10월12일부터 CIMB 클래식(말레이시아)-더 CJ컵@나인브릿지(한국)-WGC HSBC챔피언스(중국)를 통해 ‘아시안 스윙’을 완성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톱랭커들이 빠지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팬들의 외면은 불가피하다. 김해중 서일대 생활스포츠 골프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PGA 투어 개최는 시기상조다. LPGA 대회 대비 개최 효과도 의문이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과제도 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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