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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질병·이혼·실직·사고 … 위기에 빠진 1200만여 명과 상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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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6000여 건의 상담 전화가 걸려 오는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 129’ 사무실. [사진 보건복지콜센터]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 129가 다음달 11돌을 맞는다. 그동안 129는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사람과 소통했다. 의료비가 없어 치료를 못 받는 노인부터 긴급 상황에 처한 이들까지 전문 상담사 140여 명이 최선을 다해 도왔다. 국민의 보건복지 관련 맞춤 정보를 주고 상담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129 보건복지콜센터를 알아봤다.

희망의 전화 129, 개통 11돌

김원태(54·가명)씨는 사촌동생집에 얹혀 살면서 어렵게 생활하던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응급진료를 받았는데 이번엔 의료비가 문제였다. 병원비를 낼 여력이 없었고, 주변 지인에게 돈을 빌리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우연히 알게 된 희망의 전화 129에 전화를 걸어 상담사에게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는 긴급지원 제도를 안내받아 의료비 지원 신청을 했고, 구청을 통해 긴급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위기대응 상담은 365일 24시간
질병·이혼·실직·사고 같은 위기에 처한 국민을 돕는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 129가 개소 11주년을 맞았다. 목숨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에 전화하는 119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129는 보건·복지에 관한 필요한 정보를 받거나 힘든 점을 털어놓고 나눌 수 있다. 긴급 지원, 노인 실종, 자살·학대 상담도 한다.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이 희망을 찾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상담 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전국 어디서나 수화기를 들고 국번 없이 129번을 누르면 된다. 시내전화 요금으로 모든 정보를 안내받는다. ARS와 연결되면 보건의료·사회복지·노인 등 이슈에 따라 0~6번까지 원하는 상담 분야의 번호를 누르고 상담원의 안내를 받는다. 대부분의 의료·복지 상담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다. 아동·노인 학대, 자살 예방, 정신건강 문제 같은 위기대응 상담은 365일 24시간 문이 열려 있다. 해외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국번 없이 82-129 혹은 8231-389-7000번으로 전화한다.

특화된 상담 서비스도 있다. 위기 임신이 의심되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전문기관과 연계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청각·언어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채팅과 수화 상담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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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콜센터 상담원 140여 명
지난해 하루 평균 6000여 건 통화
청각·언어 장애인과는 채팅·수화

보건복지콜센터를 통해 도움 받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2005년 개소 후부터 지금까지 총 상담 건수는 1200만여 건에 달한다. 일 평균 상담 건수는 지난해 6022건으로 2011년 4624건, 2013년 5244건에 비해 꾸준히 느는 추세다. 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및 수화 상담 건수도 인기가 높다. 인터넷 채팅은 2011년 1623건에서 지난해 4058건까지 3배 올랐다. 수화 상담도 2011년 117건에서 940건으로 8배 증가했다.

콜센터 상담사는 총 140여 명으로,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전문 상담교육을 받은 특급 인력이다. 5개 팀으로 나눠 상담한다. 분야별로 다루는 주제가 조금씩 다르다. 보건의료정책 상담팀은 보건의료·건강보험·건강정책에 대한 내용을, 사회복지정책상담팀은 기초생활보장·자활사업·의료급여에 관한 내용을 상담한다. 인구아동정책상담팀은 보육·아동·출산 지원 및 사회서비스에 대해 알려준다. 노인장애인정책상담팀은 노인지원·장애인복지·장기요양보험·기초연금 관련 내용을 상담한다. 위기대응상담팀은 노인·아동 학대, 자살 예방, 정신보건 등 해결이 시급한 내용을 다룬다.

해외선 82-129, 8231-389-7000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만큼 모든 주제에 걸친 다양한 내용의 상담 신청 전화가 걸려온다. 매년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주요 이슈에 따라 관련 전화가 폭증하기도 한다. 2012년 1~3월엔 보육료 지원, 2014년엔 기초연금법 개정 및 시행, 지난해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상담이 크게 늘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는 많지만 선뜻 전화를 걸지 못하는 국민도 많다. 위기대응상담팀 7년차 이영실 전문상담사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자살 충동을 겪고 있는 30대 초반의 여성을 상담하며 지원을 도왔던 기억이 난다”면서 “어려운 일이 있다면 참지 말고 도움을 청하고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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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전화를 받는 일도 쉽지 않다. 매일 수많은 사연을 접하기 때문에 감정적 소모가 크고 힘들고 지칠 수 있다. 2년차 상담사 함태응씨는 “상담 전화를 받으며 힘든 점도 많지만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걸어오는 전화를 ‘희망’으로 바꿔주기 위해 오늘도 많은 상담원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콜센터는 다음달 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개소 11주년 기념행사를 한다. 개소 목적과 의미를 되새기고 그동안 수고한 상담사를 격려한다. 콜센터 유공자 포상과 모범 상담사 시상 및 미담 사례 발표도 한다. 박석하 보건복지콜센터장은 “신속 정확한 맞춤형 보건복지 정보와 상담 서비스로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달하는 129가 되겠다”고 말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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