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주민들이 아파트에 빨간 수건 내건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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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건이 내걸린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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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건이 내걸린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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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건이 내걸린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최모란 기자

24일 오전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대규모 아파트단지. 아파트 베란다마다 붉은색 수건이 내걸렸다. 붉은색의 티셔츠와 앞치마, 장바구니를 매달거나 붉은색 현수막을 건 곳도 보였다. 인천시가 송도 부동산 개발로 확보한 이익(토지 자산 등)으로 송도 지역 개발에 집중하지 않고 대신 인천시 채무를 갚는데 항의하는 뜻으로 주민들이 지난 22일부터 설치한 것이다.

'붉은 수건 걸기 운동'을 제안한 이훈재(49) 송도 그린워크 2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지난 10일 첫 제안을 한 뒤 주민 의견을 물었는데 대부분 찬성했다"며 "23일부터 참여 의사를 밝힌 주민들에게 수건을 배포했는데 벌써 500장 이상 나갔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도 '붉은 수건 걸기'에 속속 동참하기로 선언하면서 수건을 건 아파트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송도 주민들이 화가 난데는 이유가 있다. 인천시가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의 자산을 처분해 인천시 빚을 갚는데 사용하면서 정작 송도의 개발과 발전에는 신경을 제대로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 이후 인천시는 2005년부터 인천경제자유구역청(경제청)의 특별회계에서 관리해온 송도 토지 매각 대금 중에서 2조5761억원을 인천시 일반회계로 이관했다. 이를 인천시 빚갚기에 사용했다고 한다. 인천시는 이관한 재원 중 5757억원을 연말까지 경제청으로 상환해야 하지만 실제로 돌려준 금액은 2149억원 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실제로 인천시의 부채는 2014년 13조원에서 올해 11조원으로 줄었다. 송도 등 토지 매각이 한 몫했다.

이처럼 인천시가 자체 빚을 갚는데 치중하면서 경제청의 재원이 부족해져 정작 송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국제병원 설립, 워터프론트와 151층 타워 건립 사업 등 송도 핵심 개발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송도국제도시총연합회 조형규 회장은 "인천시 부채는 송도 주민이 아닌 정치인들의 치적 쌓기 와중에 발생했다"며 "송도에서 생긴 재원을 송도와 구도심 개발 등 시민을 위해 쓰는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치적쌓기인 빚 갚는데만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송도국제도시총연합회는 26일 오후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주민 1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 예정이다.

새누리당 정창일 시의원(연수1)은 시정 질의를 통해 "경제자유구역 인프라 투자에 써야 할 특별회계 재원을 인천시가 사금고처럼 빼먹는 바람에 경제자유구역 개발·신규사업은 모두 중단된 상태"라며 "6302억원이던 경제청 예산도 올해 4157억원으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정복 인천시장은 "경제청에 지급하지 못한 미상환 대금 3600억원 중 2200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해 갚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붉인 수건을 내건 송도 주민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구도심인 인천 중구에 사는 한 주민은 "송도도 엄연한 인천 땅인데 땅을 판 돈으로 시 부채를 갚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한 공무원은 "주민들이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한 사업들은 경기 악화 때문에 주춤한 것이지 미상환금이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특별법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에서 발생한 이익을 재투자하는 것이 맞지만 신도시와 구도심의 균형발전도 중요한 만큼 시민들과 상의해 인천시가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적절히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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