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정보부재로 대학 선택 더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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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선시험-후지원으로 특징 지어진 현행 대학입시제도는 눈치 지원이라는 가장 큰 병폐를 낳았습니다. 이번 대입제도를 개선하는 가장 큰 의의도 바로 이 「눈치작전으로 가는 대학」을 막아 보자는데 큰 목적이 있읍니다.
손제석 문교부장관은 25일 새로운 대입제도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어떻게 하든 적성이 무시된 채 눈치로 찍어(?)가는 식의 대학선택은 앞으로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대입제도는 입시철마다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까지도 열병환자처럼 들뜨게 했다.
「실력반 요행반」-. 『눈치도 실력이다』 등등의 말이 나도는 가운데 지난해 서울대 지원자의 68%가 마감 2시간을 앞두고 초읽기를 해가며 막바지까지 눈치로 버티다 원서를 접수시킬 정도로 눈치작전은 대입지원의 대명사였다.
서울대 연대 고대등 명문대학들도 행여나 수험생들이 잘못 찍어 다른데로 몰려 미달사태라도 되지않을까 조바심, 마감 집계발표를 수시로 해가며 미달과가 생겨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선시험-후지원의 현행 대입제도가 낳은 풍경의 하나가 됐다.
점수를 미리 받아쥐고 그것에 맞춰 자기 적성 취미는 아랑곳 않고 흥정하듯 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대학입학이었다면 앞으로는 자기 취미 적성을 고려, 학교나 학과선택을 보다 신중히 할 수 있게 된 것이 새 입시제도의 두드러진 특색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새로운 입시제도, 선지원-준시험이 눈치작전을 완전히 근절시킬수 있겠는가 하는데에는 의문이 많다.
우선 수험생들이 모두 평준화된 고교교육 때문에 자기자신의 실력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알수 없고 또 어떤 대학에 어느 정도의 학생들이 몰려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기의 적성만을 생각하고 학교 선택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험도 보기전에 어디에 지원해야 할까를 놓고 한차례 홍역을 앓게 됐다.
교사들도 전체 학생들의 실력, 대학간의 우열격차, 선호도등을 알지 못한채 진학지도를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서울 남강고 나포철 교사는 『지금까지도 학생이나 교사들이 대학이나 다른 수험생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어 극심한 눈치작전 대입창구 혼란을 빚어 왔는데 앞으로는 더욱 정보부재에서 오는 혼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나교사는 『이 혼란은 눈치작전이라 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이 여러 대학에 동시에 지원한다거나 무작정 하향지원으로 인해 미달사태가 나는 대학들이 있을수 있다면 그것은 대학의 인재양성 측면에서도 큰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선교사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수지원방지에 대한 대책, 고교생들의 실력을 측정, 올바른 진학지도를 할수 있도록 전국규모의 모의고사실시등을 꼽고 있다.
한양대 문세기 교무처장도 『현행 대입제도 아래선 모든 대학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전기에 전형하는 대학이 많았으나 새로운 입시제도 아래서는 학생들의 소신지원 적성을 고려한 지원자들이 늘게 되어 전·후기 모집인원을 균형있게 맞춰나가 학생들에게 단한번의 기회라는 생각을 줄여주고 후기에도 좋은 대학, 가고싶은 학과가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험생들은 『지금까지는 명문대만을 노려 「즉석 투기지원」 하는 경향이 많았으나 앞으로는 선지원-준시험이기 때문에 적성을 고려한 신중한 학과 선택을 하게 됐다』면서도 『불안은 더 커지게 됐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학력고사 점수 하나만으로 단 한번에 입학기회를 점쳐야 하다가 이제 미리 자기 적성에 맞는 대학에 지원, 그 대학의 채점기준에 따라 입학여부가 결정되고 또 실패할 경우 다시 후기대에 응시, 시험을 거쳐 또 한차례의 입학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 유의, 선택에 책임지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 교사들의 충고다. <김종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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