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제성 적지만 건설 경기 유장 기대|금강산댐 대응댐 건설의 경제적 효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의 금강산댐 건설이 없었더라면 훨씬 좋은 용도에 쓸 수 있는 막대한 예산을 남북한 모두가 허비하게 됐다.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댐 건설을 중단치 않고 공사를 진행시킴에 따라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응댐을 건설키로 했다.
이에 따라 남북 양측은 공히 별로 경제성도 없는 댐 공사에 엄청난 예산을 들이게 됐다.
정부는 이 대응댐 건설에만 6천억원 정도가 들어 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6천억원은 댐 공사 자체에만 드는 비용이고 공사를 위한 진입로 확장과 댐 건설 이후 새로 내야되는 도로 건설 등 부대 시설에 드는 비용을 포함할 경우 거의 1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 기간을 8∼9년으로 잡는다 해도 연간 1천억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국민 연금제, 농어촌 복지를 위한 종합 대책, 주택 사업 등 각종 국민 복지 향상에 쪼개어 쓰기에도 빠듯한 나라 살림 예산이 예기치 않은 엉뚱한 곳에 잠기게 될 판이다.
정부가 짜놓은 내년 예산안 중 주택 및 상·하수도 시설에 드는 비용이 3천5백80여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 댐에 잠기게 되는 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댐 건설의 문제는 경제성의 차원을 뛰어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이를 감수해야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응댐 건설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한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게 마련인데 특히 이 댐은 규모가 지금까지의 국내 어느 댐 공사보다 큰데다가 공사 자체가 「긴급성」을 띠고 있어 불황의 수렁에 빠져 있는 건설 업계로서는 호재로 꼽고 있다.
몇년째 중동 등 해외 건설 경기가 깊게 잠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설 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그곳에 놀리고 있는 유휴 장비를 들여와 활용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중동 지역 등에서 익힌 댐 건설 기술과 경험을 썩이지 않고 국내에서 발휘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와 함께 해외 건설 현장에 일감이 떨어져 귀국하는 대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수만 명의 근로자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밝은 면도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10만명 선에 이르렀던 해외건설 근로자 수가 최근 6만명 선으로 급격히 줄어든 형편이고 보면 이 같은 고용 효과는 결코 무시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건설 업계에서는 이번 대응댐 건설은 우리가 좋아서 하는 공사는 아니지만 과거 미국이 국내 경기를 부추기기 위해 실시했던 「뉴딜 정책」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증시에서는 벌써부터 건설주의 주가 상승을 점치는 성급한 투자자들도 있는데 지난번 조사단의 현지 답사에 국내 대형 건설 회사 간부들도 동행했던 점을 들어 공사를 어느 건설업체가 따내느냐도 관심거리로 나돌고 있다.
아직 우리의 대응댐이 사력 댐이 될지 콘그리트 댐이 될지는 충분하고 치밀한 검토를 거쳐야겠지만 콘크리트 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 경우 시멘트 업계에도 상당한 자극을 줄 전망이다. 대응댐 후보지 선정을 위해 북한강 줄기를 따라 지형 탐사를 벌인 전문가들은 금강산댐으로부터 직선 20km, 물길 40km인 지점을 1차 후보지로 지목했다. 이 지점은 강폭이 1백50m에 지나지 않아 가장 협곡이며 양쪽에 3백m 높이의 산이 있어 댐을 세울 경우 건설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건설 회사들은 그 동안 소양강·안동·대청·충주 다목적댐을 완공한 경험과 현재 시공중인 주암·합천 및 임하댐의 축조 기술로 보아 어느 회사가 이 댐 공사를 맡더라도 시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응댐의 성격이 일단 유사시 북한의 금강산댐 물을 받아 막아 하류 지역의 안전을 도모하는데 있긴 하지만 다목적댐으로 건설하면 그 경제성 또한 무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왕 건설할 바엔 대응 댐 자체의 경제성을 가능한 한 최대로 높이자는 방안도 제시되고있다.
물론 다른 댐과는 달라 저수된 물을 농·공업 용수 및 생활 용수로 활용하고 또 수력 발전과 홍수 조절 등 다목적으로 충분히 활용하기는 어렵지만 적절한 양의 저수가 된 뒤 평상시에는 구미에서처럼 내륙 수운용으로도 쓰고 이상 기상에 따른 가뭄 때 등에는 하천 정화용으로도 쓴다면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견해다.
또 연간 6억t의 물이 이 댐에 들어오는 것을 활용, 설계상의 기법을 살린다면 수력 발전 또한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춘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