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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에겐 “개XX” 막말 한 두테르테, 시진핑 만나기 전 “미국과 작별을 말할 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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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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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시 주석 옆에서 바지에 손 넣은 두테르테. [AP=뉴시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의 전면적 개선에 합의했다. 미국과 갈등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을 맞은 중국은 경제무역·투자·에너지·마약퇴치·금융·해양경비 등 13개 분야의 협력 문건에 합의하는 성의를 보였다.

중국·필리핀 전면 관계개선 합의
무역·해양경비 등 13개 분야 협력
옛 필리핀왕 방중 600년 행사 추진
마닐라 미 대사관 앞선 반미시위

이날 오전 두테르테 대통령 환영식이 천안문광장과 마주한 인민대회당 동문에서 펼쳐졌다. 양국 정상이 사열대에 오르자 21발의 축포가 울려 퍼졌고 삼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과 필리핀은 서로 적대시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양국의 근본과 공동 이익에서 출발해 국민의 기대에 맞춰 목린(睦隣)우호동반자관계를 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이와 함께 정치적 상호 신뢰 강화, 실질적인 협력 전개, 민간 교류 확대, 지역 내 다자 협력 강화 등 4가지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내년에 정화(鄭和)의 초청으로 명(明)나라를 방문한 술루 술탄국(필리핀의 옛 왕국) 대표단 방문 600주년을 기념하는 활동을 하자고 건의했다. 또 필리핀의 철로·도시철도·도로·항구 등 기초 인프라 건설에 중국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 제공을 요청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겨울이 다가오는 시점에 중국을 방문했지만 양국 관계는 이제 봄을 맞았다”고 화답했다. 이어 “중국은 위대한 국가이며 양국의 오랜 우의는 흔들릴 수 없다”며 “양국의 발전 전략은 서로 고도로 일치해 협력의 넓은 성장 공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필리핀 경제 발전에 더욱 커다란 역할을 발휘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개XX(son of a bitch)’라며 자신의 마약과의 전쟁에 반대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퍼부은 것과 크게 대조됐다.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양국 지도자는 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양국 관계의 전부가 아니며 5년 전 양국간 협의로 돌아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원만하게 처리한다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에 대한 여행 제한을 전면 해제하며 27개 필리핀 기업의 대중국 열대 과일 수출 제한도 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의 70년 동맹을 폐기할 수 있으며 미국과 군사 협력을 줄이겠다고 위협했다. 취임 후 첫 국빈 방문 국가로 중국을 선택한 두테르테는 19일 교민 간담회에서 “(미국과) 작별을 말할 시간”이라며 “미국을 찾지 않겠다. 그곳에서 모욕만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오후 중국 권력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3위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대표대회 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가 참석한 중국·필리핀 무역투자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했다. 21일에는 마약 재활시설을 방문해 가혹한 중국의 마약 사범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뒤 나흘 간의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19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미국대사관 앞에서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경찰 차량의 난폭한 운전으로 최소 3명의 시위자가 부상을 입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시위대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여전히 미국의 추종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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