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조 브로커 먹이사슬 끊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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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현직 경찰 간부가 사건을 알선해주고 법조 브로커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됨으로써 고질적인 법조 주변 비리가 아직도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미 중견 변호사 2명이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데다 경찰관 출신 브로커의 수임장부에 사건 알선자로 보이는 1백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니 수사 결과에 따라 파문은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사건 수임을 둘러싼 크고 작은 법조 주변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1998년 3월 의정부 법조비리로 법관 15명이 중징계 받거나 사표를 냈고, 99년 1월 터진 대전 법조비리 땐 고위 법관 2명과 검사장급을 포함한 검사 7명이 옷을 벗었다.

그때마다 정부와 사법부.대한변협 등은 앞다퉈 대책을 내놓았다. 법원.검찰 직원의 변호사 알선행위를 금지한 변호사법 개정과 학연 등 개인적 친분이 있는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한 법관윤리강령의 강화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비리는 왜 사라지지 않고 있는가. 한마디로 이런 대책들이 사후약방문 격이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대한변협이 마련한 변호사 윤리교육만 해도 그렇다.

변호사 연수규칙에 윤리교육을 의무화하고 지난 2월엔 예비 변호사 1백50여명을 상대로 윤리시험까지 보게 했다. 그러나 이 중 50여명의 '집단 커닝'이란 웃지 못할 일이 벌어져 시험을 폐지하는 대신 변호사 일반연수 교과목에 윤리 강의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수사기관 종사자들이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건 당사자들에게 변호사 선임 방법 등을 알려주는 것 자체야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나 부하가 수사 중인 사건을 특정 변호사에게 보내주고 수임료의 20% 가량을 소개료로 받는다면 그 사건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겠는가.

법조 브로커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려면 검찰은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가려내 엄중 처벌해야 한다. 아울러 사건 알선료 지급 관행이 브로커의 온상이란 점에서 변호사 윤리교육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