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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구조조정에도 시중은행은 호실적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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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와 기업구조조정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대형 은행(금융지주)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내년에도 이런 흐름을 이어갈 거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나란히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크게 개선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신한지주는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16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2%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원을 넘어선 건 2012년 이후 4년 만이다.

KB금융은 1~3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6898억원으로 25.1% 뛰었다. 앞서 19일 실적을 발표한 우리은행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조1059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31.6%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한해 순이익(1조592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증권가는 21일 실적을 발표할 하나금융지주의 1~3분기 당기순이익을 1조1200억원대로 추정한다.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은행권의 3분기 실적은 지난 6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 수치다. 통상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대출금리에 바로 반영되기 때문에 은행의 이자부문 수익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3분기엔 실적을 발표한 3개 은행 모두 전분기보다 순이자이익이 늘어났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늘어난데다 예금금리 하락으로 은행의 조달 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으로 많이 갔다”고 말했다.

반면 3분기에 대출금리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은행의 9월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2.75~2.85%)는 6월보다 0.02~0.21%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각 은행이 대출 기준금리에 붙이는 가산금리를 0.15~0.28%포인트 높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을 지난해에 미리 쌓아둔 것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충당금 전입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7%와 33%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3분기부터 충당금 전입액이 크게 줄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지난해엔 시중은행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면서 실적이 워낙 나빴고, 올해는 충당금 부담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대상인 한계기업의 여신이 국책·특수은행(농협·수출입·산업은행)에 쏠려있다는 점도 시중은행의 충당금 부담이 덜한 이유다.

시장에서는 은행 실적이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 호조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리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은행의 수익 면에선 나쁘지 않다. 이를 계기로 대출금리를 더 올려 받을 수 있어서다. 김인 연구원은 “2011년 2분기 이후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저금리 탓에 줄곧 하락 추세였는데, 올 4분기엔 5년 여만에 상승 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낙관적 전망 덕분에 은행주 주가는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6월 30일~10월 20일) 하나금융의 주가가 37.2% 오른 것을 비롯해 우리은행(30.8%)·KB금융(27.9%)·신한지주(15.5%)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3.6% 상승하는데 그쳤다. 메리츠종금증권 은경완 연구원은 “저금리로 은행 주가가 오랫동안 억눌려있었는데 최근엔 건전성이 개선되고 실적도 잘 나오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은행의 대손준비금을 보통주자본으로 인정하는 감독규정 개정도 영향을 미쳤다. 대손준비금이 자본으로 인정되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그만큼 올라간다. 이로 인해 은행의 배당 여력이 커질 거란 예상이 나온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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