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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총 맞은 한국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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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서울 도심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경찰관이 순직한 사건은 큰 충격입니다. 그런데 총에 맞은 건 경찰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이지 싶습니다. ‘정신 차리라’는 경종의 총 말입니다. 사건을 돌아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보입니다.

특수강간 등 전과 4범인 범인은 피해망상 증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시한폭탄이 무방비로 주변을 배회하고 다녔던 셈입니다. 범행에 쓰인 사제총은 인터넷에서 재료와 도면까지 찾아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더 이상 총기로부터 안전한 국가가 아니란 얘기입니다.

범인은 전자발찌를 부엌칼로 끊은 뒤 범행했습니다. 전자발찌 훼손 사건이 제도 시행 후 70여건이나 된다고 합니다. 관리가 엉망이니 실효성 논란이 이는 건 당연합니다. 총격 현장에 출동하면서 방탄조끼도 챙기지 않은 경찰의 서툰 초동대응도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의 구멍이 이번 총격 사건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메워질 수 있을 런지요.

정부 경제정책 콘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경제 위기 우려는 커지는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이어 부동산 대책도 갈팡질팡하고 있어서입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경제장관회의에서 경제 상황에 대한 ‘비상한 각오’ ‘엄중한 인식’을 언급하며 격주로 열던 회의를 매주 하기로 자세를 가다듬었습니다. 그런데 잘 될지는 의문입니다. 격주로 열리는 회의에도 장관들 참석이 저조해 ‘차관 회의’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판이니 말이지요.

부처간 소통이 제대로 될리 만무하니 현안마다 엇박자요, 뒷북 대책이기 일쑤입니다. 우리나라의 큰 경제 위기는 임기말에 닥친 경우가 많다는 게 과거의 경험입니다. 정권 교체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제정책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콘트롤타워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일까요.

철도노조파업이 20일째를 맞으며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며 시작된 것인데, 노사교섭은 진작부터 중단된 상태여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질 않습니다. 수도권 전철 운행률이 88.4%로 떨어진데 이어 이대로 가다간 다음달부터는 KTX도 운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파업으로 인한 경제 손실은 310억원을 넘었습니다.

코레일이 20일 자정까지 업무에 복귀하라고 최후 통첩을 했습니다만, 철도노조는 파업 미참가자 임금을 참가자에게 나눠주는 동의서를 받는 등 장기전에 나설 태세입니다. 경제 위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대립하는 노사도 안타깝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중재 노력 또한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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