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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스미트 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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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43년5월 상순. 포르투갈 국경과 지브롤터 반도 사이의 페르바라는 작은 도시에 이웃한 스페인 서남 해안에 한 영국군 소령의 사체가 떠밀려 왔다.
그의 어깨엔 통신 서류용 가방이 걸려 있었다. 그 가방 속에서 나온 서류는 중요한 작전 명령서였다. 영국 참모 본부가 튀니지의 「알렉산더」 대장 앞으로 보내는 서류. 연합군이 사르디니아도와 그리스를 경유 해 남유럽으로 진격하는 작전 계획이었다.
이 서류를 손에 쥔 독일 군은 무릎을 쳤다. 「히틀러」의 기갑사단은 허겁지겁 사르디니아도 방어에 나섰다.
연합군은 이때 마음놓고 시칠리아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모략 공작의 완전 승리였다.
이것은 미국 CIA부장으로 명성을 남긴 「A·덜레스」의 『정보의 기술』이란, 저서에 소개된 얘기다.
세계 전사에도 남아 있는 「민스미트 작전」으로 불리는 이 모략 전은 처음부터 연합군이 조작한 것이다.
엉뚱한 사체에 영국 군복을 입히고 가짜 서류를 띄워보낸 것이다.
정보 용어에서 「디셉션」(deception=모략)은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모략 공작은 그 만큼 정보 기술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중국의 현인 손자의 병법 중에 「선지」라는 것이 있다. 뛰어난 군주와 현명한 장군은 움직이기만 하면 이기는데 그 비결은 「선지」, 곧 적정을 미리 아는데 있다.
손자는 선지의 법칙을 이렇게 얘기했다. 정보는 점을 쳐서도 얻을 수 없고, 비슷한 사례로 미루어 짐작으로 얻을 수도 없고, 일정한 법칙에 따라 추험으로 얻을 수도 없다. 반드시 적정을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원전 5세기 손자 시대만 해도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과 같은 간첩 활동을 통해 「선지」를 했다.
향간은 그 고장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고, 내간은 적과 내통하는 간첩, 반간은 적의 간첩을 역이용하는 경우, 사간은 이쪽의 거짓 정보를 적에 알려주는 간첩으로 그는 죽게 마련이어서 사간이라고 했다. 마지막 생간은 적 측에 잠입 해 첩보 활동을 하는 경우다.
물론 이것은 오늘날에도 활용되는 방법들이지만 과학 기술의 발달은 첩보 활동의 영역을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넓혀 놓았다. 가령 정찰 위성을 띄우면 초점거리 2·3m의 초 망원 렌즈를 사용해 지상 40cm의 물체까지도 식별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 전문가들은 그런 어려운 방법이 아니고도 가까이 적 측의 신문·잡지·정부 공보물·학술보고·경제 자료를 통해서도 필요한 정보의 95%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첩보를 분석해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번 「김일성 피살설」 소동은 현대전에선 무기전 뿐 아니라 첩보전도 얼마나 중요한가를 거듭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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