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병에 성추행 당한 女대위 입건돼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군 당국이 꼬리를 물고 터지는 성추행과 비리 등 군기문란 사건.사고로 곤혹스런 입장에 빠졌다.

특히 해당 부대나 소속 군별로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으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번지는 양상을 보이자 국방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9일에는 여군 장교가 주둔지 내에서 사병으로부터 성추행 당한 사건까지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육군은 "강원도 지역 모 공병부대 소속 A병장이 지난달 10일 오전 3시50분쯤 텐트에서 혼자 잠자던 공병장교 B대위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배를 만지는 등 성추행 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공사현장 관리 등을 위해 주둔지에 머물던 B대위는 분대형 텐트에 잠금장치를 한 채 잠들었으나 A병장은 면도칼로 텐트를 찢고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B대위는 이날 오후 해당 병사를 불러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는 자술서를 요구했으나 거부하자 격분해 발로 차는 등 몇 차례 구타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 측은 늑장 대응하다 파문이 번지자 지난 12일 A병장을 준강제 추행 혐의로 구속했으며, B대위도 폭행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지휘책임을 물어 대대장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여군 관계자는 "B대위가 문제의 병사를 구덩이에 파묻었다는 일부 보도는 공병부대의 참호파기 얼차려(기합)를 과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군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분명한 B대위를 입건해 앞으로 군생활에 지장이 우려된다"며 구명운동을 벌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국방부 인터넷 홈페이지(www.mnd.go.kr)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 논쟁이 이어졌다. 앞서 지난 5일에는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대대장이 이등병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고, 9일에는 선임병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일병이 휴가 중 투신 자살했다.

또 15일에는 충남 지역 군병원장 A중령이 회식자리에서 간호장교를 성추행하는 등 추문이 잇따랐다.

이밖에 군에서는 병영시설 등 이전과 관련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장성(준장)이 25일 육군 검찰부에 적발된 것을 비롯해 간부의 비리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