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일성 사망설 왜 나왔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일성 피격 사망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수많은 억측과 잡설을 일으켰던 이 세계적인 낭설은 18일 상오 김일성이 공식행사에 나타남으로써 일소됐다.
동경 외교가에서 시작된 이 사망설은 휴전선의 확성기 방송과 반기게양으로 사실처럼 확산되어 결과적으로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 큰 혼란을 일으키고 온갖 억측을 촉발했다.
김일성 사망이 「설」로 끝났지만 그 배경은 몇 가지 추측할 수 있다.
우선 전방 부대 중심의 반 김일성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추측이다. 김일성이 권력을 그 아들 김정일에게 승계 하여 군부의 강력한 반발을 받아온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6·25때 산전수전을 다 겪고 지금 군부의 정상을 지키고 있는 원로 장성들을 제치고 6·25때 초등학교에 들어갔을까 말까했던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임으로 「인민군 최고 사령관」이 된다는 사실을 위계 질서를 성역으로 하는 군부가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것은 쉽게 이해된다.
그러나 현재 평양 중심의 중앙 권력이 김일성의 장악 하에 있음은 의심할 바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지금은 김일성 세력이 군의 반란을 진압했거나 최소한도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 김일성은 아니더라도 그 측근의 유력자 일부가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북한 내부가 심한 불만과 불안정에 싸여 있다는 사실이다. 엄격한 통제 체제에서 최고지도자의 사망 방송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그것을 충분히 설명한다.
김일성은 일단 북한을 다시 장악하면서 일대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것은 권력 체제의 개편에서 정책 노선의 재조정에까지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그의 보수 노선은 지속될 것이다. 중·소와의 등거리, 중립, 선린과 점진적인 개방주의, 그리고 군사력에 바탕을 둔 체제 유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번 낭설은 우리의 대북 태세 점검에 좋은 시금석이 됐다. 우리는 성급한 환상을 버리고 항상 침착하고 현실적인 자세와 신중한 대응을 벗어나서는 안 되는 교훈을 새삼 마음에 새겨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