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수능 한 달 앞, 고3 교실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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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사


저는 일반고에 다니는 3학년 학생입니다. 네. 고3입니다. D-29. 초중고 12년간의 학교 생활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학수학능력평가(이하 수능)를 치르게 될 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고교 2학년 학생에게는 D-365가 곧 다가온다는 말이기도 하죠. 수능을 앞둔 고3 교실의 풍경은 어떨까요. 모든 일과시간에 적막이 흐르고 막바지 수능 준비에 몰두하느라 조용할 거라고요? 땡! 틀렸습니다.

고3 교실은 난장판

일반계 고등학교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교실 곳곳에는 담요와 쿠션이 나뒹굽니다. 학교는 이미 졸음쉼터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대다수의 학생은 수업시간에 나가는 EBS 수능 연계 교재 진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책상에 쓰러져 자는 학생을 깨우기엔 선생님들도 역부족입니다. 왜 고3들은 다 엎어져 자는 걸까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모 군 “2학기 들어서는 야자를 안 하기 때문에 애들이랑 PC방도 자주 가게 되고, 새벽에도 자기 전에 스마트폰 게임 하느라 수업시간에 졸려요.”

정모 군 “수시전형에서 필요한 내신점수 산출이 끝났기 때문에 이제 학교에서 할 것이 남아있지 않아서 잠을 자게 돼요.”

쉬는 시간과 자습 시간엔 대화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미 한 반의 절반 이상이 대학교 수시접수가 끝난 상황. 한 반에 오직 3~5명만이 정시준비와 수시 수능 최저 제한 점수를 맞추기 위해 수능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수능 최저가 필요 없는 대학에 원서를 넣어 이미 합격증을 받아들었거나, 반대로 떨어졌거나 해서 입시가 마무리 된 학생들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수시의 맹점에 수능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합니다.

김모 군 “아무래도 저희 반에는 딱 5명만 정시준비를 하고 있어서 시끄러울 때가 많아요.”

배모 군 “아무래도 학습 분위기가 좋진 않아요. 외고에 다니는 제 친구는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에서 수능 준비를 한다던데, 일반고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일반고가 관리 감독이 부족한 것도 문제인 것 같고요. 솔직히 정시 준비하는 입장에선 수시도 정시발표랑 동시에 하면 좋겠어요.”

조모 군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지금 드러나죠. 애들의 최종목표는 대학인데, 입시 실패한 친구들은 당장의 목표가 사라졌으니까 떠드는 건 당연하죠. 결국 입시에 성공하는 성적 상위 5% 학생을 위해서 나머지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약 90% 학생들은 이렇게 실패하고 버려지잖아요. 우리나라 교육 구조의 문제라고 봐요. 학생들이 대학이 목표가 아닌 진로에 대한 큰 목표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시와 정시전형의 비율이 7대 3에 달하는 지금, 고3 학생들은 재수생이 많이 몰리는 정시는 피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3학년 2학기 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지 못하고 있기에 이미 대학에 붙은 학생들은 이도저도 못하고 졸업장을 받을 때까지는 학교에 나와 힘겨운 하루를 보내야 하는 실정입니다.

3학년 2학기는 버려진 시간입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교육부가 정한 교육과정에 따라야 하니 잠들지 않은 5명만 놓고 나머지 25명의 학생들은 들러리를 세운 채 수업을 진행하는 현실이죠. 3학년 2학기는 대입과 관련해 실질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해 교육당국이 제도개선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글=김성사 TONG청소년기자 당수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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