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이달의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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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눅눅했던 세간이 뽀송뽀송해지는가 싶더니 불볕 더위가 몰려오고 있다.

이 달에는 여름의 열기만큼이나 뜨겁게 많은 작품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대부분 시조의 형식미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해 아쉬웠다. 아무리 좋은 시일지라도, 시조가 초.중.종 3장 형식이며 각 장은 4마디로 이루어진 정형시라는 기본을 지키지 않고 백일장에 입상할 수는 없다.

입상권에 올라온 작품들은 연시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서너 수로 시상이 늘어나면서 이미지와 시어가 중첩되어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지 못했으며, 관념어를 남발하거나 어법을 소홀히 한 결점을 보였다.

고심 끝에 백일장 시조의 전범이 될 수 있는 세 편을 골랐다. 장원 '편지'(김경택)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전혀 새로운 발상법을 보여준다.

그 사람이 끝끝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지만 놀빛 흐르는 쪽으로 멀어져간 그가, 지금도 그리운 것이다. 그리하여 종지부가 아닌 쉼표로 마감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기교와 함께 깊고 아름다운 서정을 보여주고 있다.

차상 '바닷가 이야기'(김지은)는 여행지에서 만난 늙은 어부의 노동과 고독한 삶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젖은 웃음'은 바다를 배경으로 고된 세상살이와 외로움에 지친 노인의 모습을 압축한 표현이다. 시상이 무리없이 펼쳐져 잘 읽히는,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작품이다.

차하 '옥탑방'(윤충현)은 보광동 오르막 어디쯤에서도 만날 수 있는 우리 이웃 풍경을 간결하게 포착하고 있다. 라면 끓이는 물소리처럼 웅웅거리는 고압선 늘어진 옥탑방 문밖엔 흰 빨래가 펄럭인다. 그날 그날의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가져갈 것도 없는 단칸방, 자물쇠도 필요없는 옥탑방 주인은 '낮달'이라는 발견이 돋보인다.

이밖에 서순영씨와 이태순씨의 작품이 논의되었다.

<심사위원: 유재영.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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