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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모양도 내용도 "각양각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얼마전까지만 해도 카드라면 크리스머스 카드를 연상하는게 고작이었으나 생활의식이 변화해 감에 따라 생일·결혼·출산·문병 등 온갖 길흉사에 카드가 골고루 이용되고 있다. 또한 카드의 쓰임새가 많아지면서 그 디자인도 특이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오늘같이 기쁜 날에 당신에게 드리는 선물…. 3분간 키스해 주십시요. 그리고 조용히 열어 주십시요」.빨간 입술과 함께 이런 글귀가 적힌 생일카드를 펼치면 돼지가「한번만 더」라며 눈을 찡긋하는 그림이 나온다. 정말 카드 첫 페이지에 그려진대로 했다면 돼지하고 키스한 셈.
「이것은 공포와 괴기의 세계로 통하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생일카드다. 보고싶은 당신 기분도 알수 있으나 절대로 보아서는 안된다」. 으스스한 그림이 그려진 이 생일카드를 열면「아직 늦지 않았으니 제발 더이상 열어보지 말것」을 당부하는 그림과 문귀가 네차례나 거듭되는데 제일 안쪽에는 카드를 펴본 사람의 얼굴이 마구 일그러진채 비치는 은박지 거울이 나온다.
이렇게 짓궂은 종류외에도 생일을 맞은 사람의 12지에 따라 소·호랑이·토끼·용·원숭이·닭등의 동물을 고를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나이대로 케익 그림에다 촛불스티커를 붙일 수있는 카드도 있다.
상투적인 인삿말이나 그림 대신 기발한 아이디어를 살려 생일이나 결혼을 축하하고 병이 빨리 낫도록 격려하며 즐거운 크리스머스와 행복한 새해를 빌어주는 카드들이 나날이 늘고 있는것.
연말연시용과 일반 축하용정도로 크게 나뉘던 카드가 출산· 백일·돌·생일·입학·졸업·이사·승진등 축하할 내용이라든가 어떤 이유로든 고마움이나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카드에 이르기까지 그 용도에 따라 매우 세분화되면서 기발한 카드들이 선보이고 있다.
이같은 경향에 대해 카드전문업체 바른손의 한명일 씨는『우리 생활속에 카드문화가 점차 널리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며『기성세대들은 카드를 아직도 연하장으로만 주로 이용하는 편이고 그밖의 카드들은 10대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젊은층들이 즐겨찾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을 고려하게된다』고 설명한다.
「이 알약은 당신이 하루라도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도록 한알한알에 정성을 다하여 처방된 것입니다」라는 약봉지 속에 넣도록 되어있는 병문안 카드의 알약무늬마다「너의 웃는 얼굴이 빨리 보고싶어!」「좋아지면 뭔가 맛있는 것을 대접할께!」등의 글귀가 적혀 있는가 하면, 온갖 축하인사말로 가득찬「생일축하 특집신문」사이로 빠끔히 바라보는 친구가「네 얼굴을 몰래 훔쳐봤지. 너무너무 멋져! 너의 생일을 축하해」라고 말하는 생일카드가 바로 그런 예들. 심지어 면사포를 쓴 신부가 신랑과 필사적으로 싸우는 바람에 혼인서약문을 낭독하던 주례가 기겁을 하고있는 장면의 장난스런 결혼축하카드도 있다.
그런가하면 앞못보는 장애자를 위한 점자카드라든가 우리민족명절이나 단청, 일본의 화투무늬등 세계각국의 고유무늬를 살린 민속카드등 특정대상이나 외국인에게 보내기 좋은 카드들도 이채.
한편 전세계 1백45개국에서 일제히 판매되는 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 카드로 불우아동 구호사업기금의 상당부분을 마련하고 있는 UNICEF의 한국사무소 강선미씨는『최근 2, 3년 사이에 연말연시뿐 아니라 축하·위로등 각자의 필요에 따라 쓸수 있는 카드들을 년중 마음에 드는 도안이 눈에 띌때마다 미리 사두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있다』고 말한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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