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간부 여직원 성희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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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간부가 같은 부서 여직원을 잇따라 성희롱 했다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뒤 본부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동료 직원들이 2차 피해를 가했고 여가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이정미 의원(정의당)은 18일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 징계 의결서를 토대로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여성가족부의 한 부처 책임자인 A씨가 여직원 B씨와 전화 통화하면서 성희롱 발언을 했다. 그는 이듬해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다 다른 여직원 C씨에게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주는 발언을 했다. 여가부는 지난해 11월 자체 조사를 벌여 A씨를 대기발령 한 뒤 인사혁신처에 징계를 요구했다. A씨는 올 2월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A씨의 구체적 발언은 여성부가 조사보고서와 가해자·피해자 문답 등을 제출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여가부는 “2차 피해가 우려되고 혐의 사실이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며 피해자가 공개를 원하지 않아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이 의원은 징계결의서를 인용해 “A씨가 이전에도 욕설을 하고 거칠고 육두문자 같은 저급한 언어를 구사하며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말을 수시로 했으며, 피해자가 수치심과 당혹감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사건이 불거지자 2차 피해가 이어졌다. A씨가 C씨를 옥상으로 불러내 협박성 발언을 했다. 동료들도 가세했다. C씨는 성희롱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동료들에게 알렸지만 이들이 “정을 떼려 그러냐”며 그냥 넘어갔다. 이들은 사건 후 사무실에서 “A가 너무 믿어서 편하게 얘기한 것” “왜 시끄럽게 하느냐” “어떤 부메랑이 올지 모른다” 등의 회유와 협박성 발언을 했다. A씨는 3개월 정직이 끝난 뒤 복귀해 여가부 본부의 부서를 바꿔 계속 근무하고 있다.

이 의원은 “A씨 동료들의 행위는 전형적인 2차 가해인데도 여가부가 문제 삼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여가부가 묵인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여가부가 중앙징계위원회에 보낸 ‘공무원 징계의결요구서’에서 “가해자가 음주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성적 발언을 한 다음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술했다. 이 의원은 “고의성 여부가 징계 수위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여가부가 징계 수위 결정에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기자ssshi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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