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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 훈련장 된 북한 상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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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가 극도로 소란할 때 우리 주변의 강대국들 사이에 군사적 긴장마저 고조되고 있어 더욱 스산한 느낌을 갖게 된다.
「고르바초프」집권이래 소련의 아시아 진출이 더욱 현저해지고 여기에 북한의 대소 접근이 겹쳐 한층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평양은 소련으로부터 미그 23기 50대와 스커드 미사일 개발 지원을 받은 댓가로 북한의 항구들을 소련 해군에 개방, 기항권을 주고 소련의 공군에는 영공 통과권을 허용했다.
이것은 우리 국토가 외국군의 기지화된다는 것 외에도 우리 주변에 포진해 있는 미국과 중공을 자극함으로써 긴장을 조성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소련은 최근 동해에서 북한과 합동 해상 훈련을 실시한데 이어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모의 미사일 훈련까지 했다.
북한-소련의 합동 해군 훈련은 우리의 한미 합동 훈련에 대응하는 군사 행동으로 해석된다.
한편 미국은 3척의 함정을 중공의 청도항에 기항시키고 있다. 이것은 미국과 중공사이에 합의된 해군의 상호 교류 기항 계획에 따른 행사의 일환이다.
따라서 이것은 군사적 의미로서 보다는 외교의 연장으로서 이해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상호 대립된 이해 관계를 갖는 강대국들의 군사적 활동이 빈번해 진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이 지역에서의 소련의 군사 활동이 활발해 지리라는 것은 소련이 베트남의 캄란항을 임대했을 때부터 예상되어 온 바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적극 호응하여 항공 기항권과 영공 비행권을 소련에 양도했다는 것은 구한말 아나사(러시아)의 군사제국주의적 팽창정책을 보아온 우리로서는 심히 불쾌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그것은 비록 무장 상태에서나마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준 군사력 균형을 변동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치 않을 수 없다.
군사력 균형이 깨질 때 쌍방간에 군비 경쟁이 불가피하고 그것이 전쟁 위험과 국력 낭비를 가져온다는 엄연한 사실을 북한은 외면하려 하는가.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내적 단결과 자위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 사회의 동요와 국민적 분열의 심화 경향을 볼 때 새삼 우리의 자세를 되돌아 보게된다.
행여라도 패배주의에 현혹돼서는 안된다. 하찮은 외부의 움직임에 국민들이 겁을 내거나 자신감을 잃는다면 국가적 안보와 사회안정에 다같이 유해한 일이다.
또 하나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북방 외교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다. 우리의 지리적 조건이나 오늘의 국제관계로 볼 때 북방 관계의 개선 없이는 우리의 안보나 통일 등 근본문제에의 접근은 불가능하다.
북방 진영에 대한 저자세를 취하는 것도 금물이지만 저들과의 대화나 협상을 기피한다는 구실을 주는 일도 절대로 없어야 한다.
오늘처럼 내우가 심하고 외부가 또한 평탄치 못한 때에 패배주의를 근절하고 효과적인 북방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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