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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부천서사건은 수사관의 우발적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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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천서사건의 권모양(23)과 변호인단 1백66명이 문귀동형사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에 불복, 제기한 재정신청을 심리한 서울고법형사3부는 지난1일 권양의신청을 기각했으나 「문형사가 권양가슴부위를 쥐어박는폭행을 했을뿐 성적모욕은 없었다」는 검찰의 석연찮은 발표와는 달리 일부 추행사실을 인정해 관심을 끌고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문형사가 조사중 권양의 바지지퍼를 내리도록 했으며 상의를 모두 위로 올리고 가슴과 허리부위를 어루만지는등 여성의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추행을 한 사실은 헌법이 선언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한 수사경찰관의 중대한범죄행위로서 엄히 응징되어 마땅하다』고 지적한것.
재판부는 그러나 『문형사가직무에 집착,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고 뒤늦게나마 용서를 빌고 있으며 파면과 여론에 의한 지탄으로 형벌이상의 고통을 받은 점등을 감안해볼때 기소유예처분을 한 검찰조치는 정당하다』며 기각결정했다.
이에대해 변호인단은 『추행사실을 인정해놓고도 기각결정을 한것은 잘못』이라며 대법원에 재항고.

<수사기록 18만페이지>
법조계에서는 건대농성사건 구속자수 1천2백65명은 일본최대의 학생사건인 69년 동경대사건 구속학생6백16명의 2배가 넘어 세계적인 기록이 될것이라고 평가.
이사건은 농성진압에 8천여명, 수사에 1천5백여명의경찰이 일거에 동원됐는가하면 수사지휘에 70명의 검사, 영장심사에 20명의 판사가 동원되고 수사기록이 18만여 페이지에 이르는등 진기록이 속출.
한 법조인은 『이번 사건은 앞으로의 일거수 일투족도 모두 신기록이 될것』이라고 전망.

<「악랄한 범죄」로규정>
검찰은 3일하오 건대사건 연행학생 처리결과를 밝히면서 발표문을 통해 관련학생들을 「학원내 공산혁명분자」라고 부르고 「국기(국기)를 위협하는 악랄한 범죄」라고 성격을 규정,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대변.
「학원내 공산혁명분자」라는 표현은 이번에 처음 사용된것으로 삼민투사건이나 최근의 「ML주의당 결성기도사건」등 그동안 주요공안사건에서도 사용되지 많았던 표현.
검찰은 이 발표문의 내용보완을 위해 이날 상오 10시발표예정을 하오4시30분으로 늦추기도 했으나 구속대상자명단의 숫자와 대학별 구속자수가 틀리는가 하면 감신대구속대상자 명단가운데 「감신대」라는 이름이 있는등 대규모구속에 따른 졸속처리가 적지 않음을 나타냈다.

<불구속수사로 변경>
건국대사건의 구속대상자중 5일 19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검찰은 재컹구했다 기각된 4명을 제외하고 15명에 대해선 영장을 재 컹구할 예정이었으나 자칫 비판이 있을우려가 있다고 판단, 19명 모두를 석방해 불구속 수사키로 방침을 변경했다는 후문.
5일상오까지만해도 영장이 기각된 학생들에 대한 수사기록을 서울지검 차장검사가 직접 검토하는등 영장재청구를 위한 보완작업이 있었으나 이날 하오 관계자회의를열어 이들 모두를 석방키로 결정했다는 것.
석방결정을 놓고 관련검사들 사이에서는 찬반의 격론이 있었는데 소장검사들이 『그정도면 됐다』『사법부의 체면도 생각해야 한다』 는 주장을 펴 석방쪽으로 결론이났다는 후문.

<기각사실 모두 〃쉬쉬〃>
노량진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77명의 학생중 손화숙양(20·국문3)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4일상오 경찰서간부들은 기각사실을 「쉬쉬」하느라 안절부절하는 모습.
손양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찰서측은 직원들에게 함구령까지 내렸으며 한간부는 기자들이 기각 사유를 묻자 『77명 전원에게 영장이 발부됐는데 무슨 소리냐』고 발뺌을 하다 나중에야 『곧 기록이 보완되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 이라고횡설수설.

<검사들「의식화」공부>
건국대사건으로 학생들이 무더기 구속되는 바람에 한꺼번에 1백명이상의 송치가 예상되는 북부지청측은 학생을 조사하려면 「의식화」를 알아야한다며 문제서적의 리스트를 작성, 이를 구입해 돌려보는등 때아닌 공부바람.
이는 일반 형사부검사들의경우 대부분 사시준비과정예서 법률공부만을 했을뿐 「의식화」 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구속학생들의 조사과정에서 애로가 있을것이라는 공안검사들의 배려로 이뤄진 조치.
「해방전후사 인식」「전환시대의 논리」등 선정도서목록을 훑어본 형사부소속 검사들은 『이정도 수준의 책만을 읽고 의식화된 학생들과 토론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속에서도 『하여튼 오랜만에 독서를 하게돼 괜찮다며 싫지만은 않은 표정.

<〃관계자 문책하겠다〃>
문교부는 「건대사태」책임을 모두 대학측에 둘러씌운채 대학관계자들만 불러야단을 쳐 눈길.
문교부고위관계자는 지난1일 전국 36개 대학 학생처장들을 불러 『대학이 그동안 어떻게 했길래 이런 사태까지일어났느냐』며 『학내문제를 스스로 해결못하는 대학은 관계자를 문책하겠다』고 엄포.
그동안 『대학문제는 대학자율에 맡긴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문교부가 툭하면 대학에 「자율」대신 「지시」를 일삼아온 탓인지 학·처장들은 『문교부의「대학자율방침」은 빛좋은 개살구』라며 『문제가 생길때마다 자율화란 구실아래 뒷전으로 빠지려는 문교부의 「야누스 얼굴」이 못마당하다』고 한마디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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