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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영장보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형사소송법에 보류라는 말이 있읍니까』『아니 뭐, 그령지는 않습니다』『그럼 보류시킨다는게 무슨뜻입니까』『글쎄요. 하여튼 신문에 난 그대로입니다』『발부입니까, 기각입니까. 정확히 좀 말씀해 주시죠』『미안합니다. 제입장도 좀…』4일상오. 건대사태와 관련, 1차로 4백29명에 대한 영장발부를 맡았던 서울형사지법의 6층 담당 판사실.
구속영장에 대해 발부도 기각도 아닌 「보류」라는 이름으로 처리된 52건에 대해 담당판사의 의중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묻는 기자와 판사간의 대화.
그러나 상대의 「불편해하는 기색」이 너무도 역력해 그정확한 뜻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법원쪽 고위관계자에서 평직원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도 명쾌한 답변을 꺼리고있었다. 하나같이 「다 알면서 뭘 그러느냐」는 표정들.
그러나 보류 결정뒤 심각한 열굴로 곳곳에서 회의를 거듭하던 검칼쪽은 달랐다.「보류」는 『발부가 지연된것』『검토를 더 해보겠다는 취지』라고 검사들은 명쾌하게(?)해명했다.
「보류」라는 법원, 「재검토」중이라는 검찰에 대해 경찰에서는 또 「재처리」라고 했다.
글자 한자, 말 한마디 사용에도 철저하기만 했던 법관의 세계에서 법전이나 법률학사전에도 없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얼핏 공안사건처리에 대한 「사법부의 현주소」를 보는듯해 씁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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