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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 70명 동원 영장발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건국대 「애학투」점거농성사건은 구속자수뿐만 아니라 영장발부 과정에서 동원된 판사(20명) 검사(50명)도 사상최대규모였다.
수사기록 분량도 학생1인당 20∼30페이지로 모두 18만여페이지에 이르렀고 3일하오 용산경찰서에서 처음 청구된 1백명분의 기록이 lm높이나 돼 판사들도 놀라는 표정.
판사 10명이 영장발부를 맡은 서울형사지법 본원의 경우 한달평균 영장접수분이 1천4백여건이나 이날은 한꺼번에 반달치에 해당하는 7백56명이 신청돼 1페이지에 5명씩 등재토록된 구속자 원부만 1백50여페이지.
법관들사이에서는 일반사건처리시간에 비추어 이날철야로 영장발부 작업을 할것으로 알려졌으나 대부분의 판사들은 4∼5시간만에 작업(?)을 끝내 영장 1건에 평균 20분정도가 걸린셈.
영장 건수가 너무 많은탓인지 서울형사지법의 한 판사는 구속영장에 가장 중요한 도장을 찍지 않은것도 발견돼 뒤늦게 날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또 신청자 전원에 대한 영장발부를 담당하던 검찰측은 서울남부지원과 본원에서 기각·보류등이 잇따르자 크게 당황, 즉시 보완을 지시하기도 했다.
◇영장기각=구속영장이 청구된 3백43명중 15명에 대해 남부지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남부지청은 4일 상오8시30분 이규명지청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에 부심했고 담당검사들은 서류를 들고 이방저방을 오가며 보강자료를 수집하느라 분주한 모습.
남부지원 여상규판사는 서울대 손화숙양(20·국문3)과 이지연양(20·약학3) 에 대한 구속영장 서류를 검토한 뒤 ▲시위전력이 없고 ▲사건현장에 간 목적이 시위를 하기위한 것이 아니었고 ▲점거농성장소에 들어간 것이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고 ▲농성에 적극 참가하지 않고 귀가를 걱정했으며 ▲국가·대미관이 건전하고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는등의 이유를들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편 검찰의 한 관계자는 『4일중으로 자료보완이 끝나므로 연장을 재청구하여 발부받는데에는 별 문제가 없을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
◇영장접수·발부=이날 영장발부를 위한 수사기록 앞면에는 A∼E급까지의 개인별 분류등급을 써놓아 판사가 학생개개인에 대한 혐의를 쉽게 알아볼수 있도록 해놓은게 특징.
52명에 대한 영장 청구를 접수한 북부지원은 기록검토에 6시간을 소비해 검찰을 애태우기도.
북부지청측은 다른 법원에 비해 적은 숫자여서 비교적 빨리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기대하다 밤11시가 되도록 영장발부를 미루고 판사들이 다른 법원 판사들과 전화연락을 취하는등 의견을 나누는것을 알고는 크게 긴장.
결국 『단순히 국화전시회를 보러갔다』 고 주장하는 2명의 학생때문에 영장발부가 늦어진다는 사실을 알게된 검찰은 이들의 시위전력등을 찾아내 당직관사에게 추가로 설명하고야 영장을 받아냈다.
◇구속수감=구속 수감된 학생들은 면도를 못해 대부분수염이 텁수룩하고 초췌한 모습이었고 옷을 갈아입지 못해 최루탄 냄새가 여전했다.
경찰관의 호명에 따라 보호실을 빠져나와 유치장으로 옮길때 비로소 구속된다는 사실을 알게된 학생들은 대부분 예견한 일이라는듯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일부 여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꺼번에 많은 학생이 수감되자 일부 경찰서에는 이들을 수용하느라 부심, 96명을 수용하게된 서울서부경찰서의 경우 l백명 수용규모의 유치장에 일반사법이 50명쯤 남아있자 구속학생 15명을 형사계 보호실에 수용하는 편법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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