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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수의 에코 사이언스

2만㎞를 헤엄친 연어의 회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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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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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가을 단풍이 물드는 이맘때면 동해안·남해안 하천에 연어가 돌아온다. 3~5년 전 떠났던 어린 연어가 태평양 건너 알래스카에 이르기까지 2만㎞를 돌아다니다 알을 낳으러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연어가 그 먼바다까지 나갔다 돌아오는 것은 고향 하천 특유의 냄새와 지구 자기장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지구 자기장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며 돌아다니고, 고향 하천 근처에 이르면 냄새를 맡아 정확한 위치를 찾는다고 한다.

지구는 커다란 자석이고 자기장은 지구를 감싸고 있다. 위치에 따라 자기장 강도와 경사각도가 다르다. 북극과 남극에서는 자기장이 강하고 적도 부근에서는 약하다. 극지방에서는 방향이 지표면과 수직이지만 적도에서는 지표면과 평행을 이룬다.

연어는 유전자를 통해 물려받은 자기장 지도를 뇌 속에 저장해 놓는다. 후각 세포 속에는 자철석이라는 ‘나침반’도 들어 있다. 실제로 바다를 헤엄친 경험이 없는 연어도 지구 자기장을 감지한다. 연어가 담긴 실험실 수조에 연어 이동경로의 최북단 지점(알래스카)에 해당하는 자기장을 가하면 연어는 남쪽으로, 최남단(태평양 중위도) 지점의 자기장을 가하면 북쪽으로 방향을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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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외에도 고래나 거북이도 자기장을 이용한다. 심지어 소가 풀을 뜯을 때, 개가 배설할 때에도 몸의 위치를 남북 방향으로 두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람의 눈에도 자기장을 감지하는 크립토크롬이란 단백질이 존재한다. 인류의 먼 조상도 자기장을 느꼈는지 모른다.

오랜 지구 역사를 통해 지구 자기장의 방향(N극, S극)은 수백 번 뒤바뀌었지만 지난 78만 년 동안에는 이런 역전현상이 없었다. 그 덕분에 연어는 순조롭게 하천과 바다를 오갔다. 하지만 인류가 지난 수백 년 동안 강물을 오염시키고 하천에 보를 쌓는 바람에 연어는 위협을 받고 있다. 인류가 일으킨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는 등 해양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것도 연어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연어 인공부화와 치어 방류 사업은 강원도 양양에 배양장을 설치한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벌써 50년 역사다. 꾸준한 노력 덕분에 지난해 전국에서 잡힌 연어는 모두 448t(약 17만 마리, 15억원어치)에 이르렀다.

연어 방류 사업이 시민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는 역할뿐만 아니라 실제로 어민 소득 증대에도 보탬이 되려면 정확한 이동경로와 기후변화의 영향 등에 대한 연구도 이어질 필요가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