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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사물을 보는 시각을 달리 한다는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쉽지 않기에 시각을 달리한 이미지의 작품은 신선하고 이미지의 강도가 그리 진하지 않으면서도 강도 이상의 효를 거둘 수 있다.
이는 표현기법의 문제이지만 똑같은 사물을 두고 이제까지 보아온 시각의 타성에서 벗어나 눈을바꿔 봄으로써 본래 그 사물이 지닌 질과 양상을 더욱 돋보이게 드러내 놓는데 있다. 때문에 맛과 느낌마저 달라지게 된다.
『시장길』은 위와 같은 관점에서 시각을 달리한 작품이다. 빈 바구니를 들고 돌아오는 허전한 마음을 역으로 철철 넘치게 서정으로 담아들고 있다.
빈 마음이기에 헤푼 웃음들을 가을볕에 익힐줄도 아는 것이리라.
한마디의 불경도 노출하지 않은채 차분하고 따뜻하게 풀고 있다.금주의 가작.
『코스모스』는 언뜻 보기에 진부한 소재임엔 틀림이 없다. 초·중장을 음미할때까지만 해도 그러했다. 그런데 종장에 와서 급선회할만큼 달라졌다.「색색의 조기를 들고 흔들리는 꽃상여」가 그것이다.
저문 계절에 핀 코스모스의 한무리를 잘도 표출하고 있다. 종장의 한디가 전체를 살린 가구다.
『새며느리』는 며느리를 바라보는 시아버지의 따뜻한 눈길과 마음이 먼저 닿는다.
커다란 기교도 없이 담담하게 풀어간 내용이 부담없이 즐겁게 읽힌다.
이는 연륜에서 오는 값어치일 것이다.「정다움 그도 가지 뻗어 자꾸자꾸 등을 다네」의 표현은 쉬운 표현인듯 하지만 넉넉한 무게와 의미를 지닌다.
『갯마을』에서는 바닷가의 작은 갯마을을 편안하게 떠올리고 있다.「밤바다 물결소리 도란도란 불을 켜고」의 표현이 더욱 그렇다.
이미지와 리듬이 함께 성공을 거둔 대목이다.
종장 또한 그와 비견할만한 안정감을 얻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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