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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나이키 성공 밑바탕엔 ‘무작정’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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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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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독-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필 나이트 지음
안세민 옮김, 사회평론
552쪽, 2만2000원

대학 때 육상선수 경험 살려 창업
초기엔 회계사 하며 신발 외판도
회사 일에 아버지 뺏긴 큰 아들
나이키 신발 안 신으며 ‘항의’도

각종 시험 합격에 필요한 선행 과제 중 하나는 합격 수기를 읽어 보는 것이다. 한 10개 정도는. 책은 무엇을 봤는지, 잠은 몇 시간이나 잤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공통 분모를 추려보고 상반된 합격 비결은 비교 검토해 내게 가장 적합한 모델을 수립해야 한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창업 성공담 읽기가 큰 도움이 된다. 회사 이름은 어떻게 지었는지 위기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아보고 나만의 창업 성공 모델을 고안해내야 한다.

성공기 읽기에 『슈독』을 안 넣을 수 없다. 언론 노출을 꺼리는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78)가 자서전을 냈다. 세계 15번째 부자, 톱클라스 자선 사업가다. 『슈독』은 나이키가 세계 최고의 패션·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한 과정을 그린다. 1964년 창업에서 1980년 주식공모(IPO)까지 다룬다.

『슈독』은 스릴러나 어드벤처물 느낌을 준다. 드라마 ‘대장금’을 연상시킬 수도 있다. 한 고비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나타나지만 결국 극복한다. 『슈독』이 소설이었다면 아마 독자들은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반응할 것이다.

나이키는 연구 사례로 경영학과에서 많이 가르친다. 관련 학술 서적도 많다. 『슈독』의 차별성은 매우 개인적인 일화로 나이키의 속살을 드러냈다는 데 있다. 창업초기, 나이트는 낮에는 회계사로 일했다. 밤과 주말과 휴가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 바쳤다. 회계사 월급으로 회사를 어렵게 꾸려나갔다. 외판원도 겸했다. 차에 운동화를 싣고 직접 팔러 다녔다. 일과 가정 생활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특히 두 아들이 태어난 다음에 분투하는 모습에 공감이 간다. 큰아들은 34세에 사고로 사망했다. 회한을 남겼다. 큰아들은 사업 때문에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항의’ 표시로 나이키 운동화를 한동안 신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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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나이키를 창업해 2004년까지 최고경영자를 지낸 필 나이트. 미국의 기업가 정신 쇠퇴와 구세대보다 훨씬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해서는 훨씬 비관적이라는 사실을 우려한다. [사진 사회평론]

나이트의 성공 비결 중에서도 특히 다음 8개가 눈에 띈다.

- 당신이 지금까지 별생각 없이 살아왔더라도 당신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이트 또한 한때는 경영학석사(MBA)를 했으나 명확한 비전은 없는 24세 젊은이였다.

- 관찰력이 중요하다. 나이트는 카메라 시장에서 일본 제품이 독일 제품을 밀어내는 것을 보고 운동화 시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직감했다. 그래서 우선 일본 운동화를 수입하는 회사를 창업했다.

- 미래 설계의 출발점은 과거 경험이다. 오리건 대학 다닐 때 달리기 선수였기에 운동화에 대해 관심도 많고 아는 것도 많았다.

- 무작정(無酌定)하면 된다. 무작정은 “얼마라든지 혹은 어떻게 하라고 미리 정한 것이 없음”을 뜻한다. 나이트는 ‘그냥 해버려라(Just Do It)’의 정신으로 일본으로 떠나 오니쓰카(현재의 아식스)의 미국 서부지역 독점 판매권을 따냈다.

- 미쳐야 한다. 책 제목 슈독(Shoe Dog)은 ‘신발 연구에 미친 사람’이라는 뜻이다.

- 우연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 브랜드명 NIKE도 로고 스우시(Swoosh)도 우연의 산물이었다.

- 성장과 품질 개선에 모든 것을 걸어라. 나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성장하거나 죽거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이 말을 믿었다.”

- ‘골리앗’을 두려워하지 말라. 나이트는 한참 앞서 있는 아디다스를 ‘병적으로’ 깔봤다.

창업·최고경영자(CEO)를 꿈꾸는 젊은이가 이 책을 계기로 성공의 길로 떠나는 경우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인생에서 한번 만날까 말까 한 귀인(貴人)의 구실을 책이 하는 경우도 많다.

[S BOX] 변화는 우리가 바라는 속도로 오지 않는다

『슈독』에는 필 나이트가 기업인으로 성공하는 데 좌우명으로 삼았던 말들이 군데군데 나온다. 주목할만한 그의 ‘말·말·말’을 뽑아봤다.

- “나는 세상에 족적을 남기고 싶었다. 나는 이기고 싶었다. 아니, 그렇게 말하는 것은 틀렸다. 나는 그저 지고 싶지 않았다.”

- “변화는 결코 우리가 바라는 속도로 찾아오지 않는다.”

- “겁쟁이들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약한 자들은 중간에 사라졌다. 그래서 우리만 남았다.”

-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말라. 무엇을 하라고 말해 그들이 결과로 여러분을 놀라게 만들라.”

- “여러분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라. 하지만 ‘믿음에 대한 믿음’ 또한 가져라.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여러분이 가슴으로 정의하는 그런 믿음 말이다.”

-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경쟁은 항상 좋은 것이며 경쟁이 사람들로부터 최선을 끄집어낸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이 경쟁을 잊어버릴 수 있을 때에만 맞는 이야기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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