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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암 환자의 경제적 부담 덜어줄 방안 절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수많은 환자를 만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연을 접하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비용 때문에 치료를 주저하는 환자를 만났을 때다. 의사는 최선의 치료 옵션을 제시하고 환자는 완치 희망을 갖고 온 힘을 다해 치료에 전념할 때 예후가 가장 긍정적이다. 그러나 비용 문제로 차선을 선택하게 될 때 환자는 낙담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게 된다. 이것이 예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 배덕수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얼마 전 진료실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자매가 잇따라 난소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자매는 BRCA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난소암이 발병된 것으로 진단됐다.

난소암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체 난소암 중 10%는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머니 또는 자매에게 병력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병률이 3배가량 높아진다. 난소암의 원인 중 하나로 밝혀진 BRCA 유전자는 유전력이 있어 모녀나 자매에게서 함께 발병되는 경우가 많다. BRCA 유전자 변이를 보유한 경우 일반인에 비해 난소암 발생 확률이 20~40배까지 높아지게 된다.

표적항암제 보험급여 적용하길

난소암은 암 중에서도 악성으로 꼽힌다.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의 80% 이상은 말기에 가서야 처음 진단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5년 생존율도 62%로 다른 암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한 완치 후에도 80% 이상의 환자가 2~5년 내에 재발한다. 이 자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한된 치료 옵션과 치료제의 높은 가격이 난소암 환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요소다. 현재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난소암 치료제 수는 다른 여성암보다 적다. 표적치료제 등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신약을 쓰기 위해서는 한 달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오롯이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환자들은 암에 걸린 것도 고통스럽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한 치료 환경이 더욱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두 자매에게도 희망이 찾아왔다. 최근 BRCA 유전자를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로 활용한 표적항암제가 등장한 것이다. 이 표적항암제의 임상시험에서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20~25%가 재발 없이 장기간 생존했다. 일부 환자는 2년 이상의 생존기간을 보였다. 이 때문에 최근 난소암 2차 유지요법 치료제로 이 표적항암제를 추천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표적항암제는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지 않다.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암 관련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상당 부분 감소됐지만 난소암은 재발률이 높고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난소암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 생존율을 높이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의료비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더 많은 난소암의 치료 옵션과 보장성 보험급여를 더욱 강화해 난소암을 극복해 내는 그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배덕수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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