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ONG] [파워틴] 특수분장 유튜버 김보은 양 “이마에 연필심 박은 게 터닝 포인트”

TONG

입력

업데이트

10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할로윈데이, 이제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맘때가 되면 각종 이벤트 상품과 더불어 할로윈을 장식할 특수분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유튜브에 ‘특수분장’, ‘할로윈 특수분장’을 검색하면 한 소녀가 유독 눈에 띈다. 10대 특수분장 유튜버 김보은(광주예고 3) 양이 그 주인공이다.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처럼 특수분장 과정을 찍어 올리는 보은 양의 유튜브 채널 이름은 ‘보은이의 야매분장’, ‘야매’는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일을 할 때, 어떤 일을 배울 때 쓰는 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특수분장 학원을 다녔다거나 누군가에게 배운 게 아니라 외국 유튜브 영상을 보며 독학했다. 처음 특수분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월드워Z’, ‘스타트렉’ 시리즈 등의 영화를 보면서 부터다.

“영화 보면서 외계인이나 좀비 분장을 어떻게 만들까 궁금해졌어요. 처음엔 컴퓨터 그래픽 효과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 직접 특수분장을 한다는 걸 알고 더욱 찾아보게 됐죠. 처음 영상을 보게 된 건 우연이었어요. 평소 요리나 메이크업 영상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관련 영상으로 좀비 분장이 뜨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클릭했죠. 영상을 보다 보니 직접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중3 때 축제에서 친구들 귀신 분장을 도와주며 더욱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재료를 어디서 구입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인터넷 검색 끝에 겨우 미용 재료 파는 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외국의 특수분장 이미지와 유튜브 영상이 보은이의 선생님이었다. 혼자 추측해서 분장을 하거나, 유튜버의 스킬을 따라했다. 하지만 외국 사이트와 영상을 찾아보는 게 쉽지만은 않았고, 한국말로 된 동영상이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로 ‘특수분장’을 검색해도 한국 동영상이 안 나오고 외국 동영상만 나왔어요. 한국에는 특수분장 유튜버가 없는지 의문이 들었고, ‘그럼 내가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입학하고 그 해 5월부터 막연히 생각하다가 11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죠.”

영화 ‘부산행’의 흥행으로 좀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고, 이제 한국 유튜버들이 제작한 특수분장 영상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10대 특수분장 유튜버는 아직 많지 않다.

“10대 메이크업 유튜버들은 많은데 특수분장은 저 말고 한 명 정도 본 것 같아요. 이제 더 많아지겠죠. 제가 처음 시작했다는 것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웃음)”

처음엔 호기심으로 올렸는데 어느 순간 많은 사람들이 보은 양의 영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영상 3개 정도 올렸을 때는 조회수가 100, 많아봤자 1000이었어요. 이마에 연필 박힌 영상을 올리고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게 10만이 넘었다고 알림이 뜨더라고요. 그때부터 댓글도 많이 달리고 구독자와 조회수도 엄청 늘어났죠.”

찾아주는 사람은 늘었지만 학업과 병행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다. 주말이나 시험이 끝나는 날 몰아서 영상을 제작했고, 금요일 밤 학원을 다녀와서 촬영을 하면 토, 일요일 편집을 했다. 영상은 놔줬다가 하나씩 천천히 업데이트했다. 유튜브를 운영할수록 욕심이 생겼고, 구독자 수가 늘수록 퀄리티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가볍게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다가 지금은 언니가 안 쓰는 DSLR로 찍고 있어요. 편집도 윈도우 무비메이커를 사용하다가 좀 더 퀼리티를 높이기 위해 다른 프로그램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베가스를 사용했고 지금은 프리미어랑 애프터이펙트를 이용하고 있죠. 요즘 애프터이펙트 공부하고 있어요.”

처음엔 공부나 하라고 걱정하시던 부모님도 이젠 친구들한테 직접 영상도 보여주면서 응원해주신다. 영상을 보고 연락 오는 곳도 많아졌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출연한 후 학교에선 스타가 됐다.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안타깝게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많았다. 각종 행사, 독립 영화의 분장 요청, 강연 제의 등이 들어왔지만 대부분 서울이었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광주예고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보은 양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사실상 모든 활동을 스톱 하고 있는 상태다. 유튜브에는 양해의 글을 올렸고, 공스타그램을 하며 공부, 입시에 올인하고 있다.

“고3 선배들이 수능 보는 것을 보며 심경에 변화가 오더라고요. 이럴 때가 아니다. 공부를 좀 더 하자 싶었죠. 근데 영상을 계속 올리는 게 더 나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영상 안 올리냐는 댓글도 있는데 제가 예전에 글을 썼거든요. 이제 고3이어서 영상 뜸하게 올릴 것 같다고 입시 끝나면 활발하게 올리겠다고 하니까 대부분 이해해주시더라고요.”

유튜버 활동을 하며 영상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대학도 미디어 디자인 계통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학에서 미디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배우고 영상의 퀄리티를 더하겠다는 것이다. 유튜버로서 특수분장은 계속할 생각이고, 먼 훗날에는 외국에 나가 제대로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보은 양은 이마에 연필 박힌 분장을 자신의 베스트 영상이라고 말했다. 그 영상을 기점으로 구독자 수도 늘고 사람들도 많이 찾아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할로윈 때 올린 뱀파이어 분장은 가장 힘들면서도 마음에 들었던 분장이다.

“‘프로스테틱’이라고 처음 사용해보는 기법이었어요. 모양을 만들고 석고를 붓고 거기에 다시 실리콘이나 젤라틴을 부어가지고 얼굴에 붙이죠. 무엇보다 모양을 만들고 석고를 뜰 때 잘못 하면 기포가 들어가서 구멍이 나더라고요. 그거를 다시 몇 번이나 했었어요. 힘들었지만 영상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분장이에요”

그렇다면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장은 무엇일까. 영화를 좋아하는 보은 양답게 영화 캐릭터 분장을 꼽아줬다. “간단하지만 ‘스타트렉’ 시리즈에 나오는 스팍의 뾰족 귀나 곧 개봉하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눈 등을 따라 해 보고 싶어요.”

스팍의 뾰족 귀 영상을 이제 곧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보은이의 야매분장’ 영업이 다시 시작될 것 같다. 기다려주는 구독자들을 위해 보은 양이 인사를 전한다. “영상을 못 올리고 있어서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꼭 입시 성공적으로 마쳐서 최대한 빨리 여러분들에게 영상 들고 찾아가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세요.”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영상=전민선 프리랜서 기자

[추천 기사]
SNS 달군 여고좀비 ‘여고행’ 영상 “제작비 단돈 4만원”
http://tong.joins.com/archives/31628

4_


▶10대가 만드는 뉴스채널 TONG
바로가기 tong.joins.com

Copyright by JoongAng Ilbo Co., Ltd. All Rights Reserved. RSS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