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자보」필적 여학생 연행|경찰 좌경유인물 출처 조사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학가 불온유인물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16일 서울대에서 북괴동조 대자보의 원고로 보이는 유인물을 찾아낸 데 이어 지난 10일 북괴기관지 「민주조선」 사실을 전재한 대자보 (보도1)의 필적 감정결과 여자 글씨임을 밝혀내고 닮은 필적의 여학생을 찾아내 제적관련 여부를 캐고 있다.
서울시경은 대자보 원고가 서양사학과 사무실과 노문과 사무실에서 각각 발견됨에 따라 두 학과의 운동권학생 40여명의 행방을 쫓는 한편 수배중인 자민투· 민민투 소속학생 32명에 대한 추적을 강화하고 있다.
또 상지대 불온유인물은 연행했던 75명의 농성학생 가운데 75명의 운동권 학생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집중 조사중이다.
경찰은 이들 대자보와 유인물이 운동권 학생들에 의해 제작됐을 가능성이 크나 배후에는 또 다른 불순세력이나 조직이 있는 것으로 판단, 배후 수사에도 역점을 두고있다.
한편 각 대학은 이 같은 불온벽보 유인물을 붙이지 못하도록 직원들을 고정 배치하고 비상대책 회의를 열어 학내 순찰강화·학생 순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대벽보 구사=경찰은 l5일 새벽 교내 수색 중 인문대 서양사학과 사무실에서 문제의 벽보 「보도1·2·3」과·내용이 똑같은 타자복사 8절지 유인물 2장, 노문과 사무실에서는 「보도2·3」내용이 실린 8절지 갱지 유인물 1장을 찾아냈으며 그중 서양 사학과서 발견된 유인물에는 앞에 「다음의 글을 대자보로 게시해주기 바랍니다」 는 메모가 적혀있어 이것이 벽보의 원고인 것으로 단정했다.
이에 따라 「보도1· 2·3」벽보 제작에는 이 두 학과 학생들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평소 급진 좌경노선을 주장해온 자민투·민민투 운동권학생 32명과 함께 두 학과의 운동권학생 40여명의 명단을 파악, 관련자를 찾고있다.
◇필적감정=경찰은 학교측이 수거한 「보도1」 의 필적감정 결과 여학생 글씨이며 닮은 필적의 여학생 1명을 연행해 관련여부를 캐고있다.
경찰은 운동권학생 3백79명의 필적도 대조하고있다.
◇대자보 출처조사=경찰은 그러나 운동권 학생들이 대자보 등 선전활동에도 점 조직을 이용, ▲원고작성 ▲대자보제작 ▲대자보게시· 철거 등 작업이 서로 모르게 분리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의 유인물 원고는 외부에서 만들어져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어 운동권 출신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한 배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보도1·2·3」 의 내용분석 결과 이들 벽보가 동일조직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단정했으며 「보도1」 이 북괴기관지「민주조선」을 자구 수정 없이 그대로 전재된 데 비해 「보도2· 3」 은 9, 10월중 북괴 평양방송· 중앙방송· 민민 전방송과 노동신문 등 보도·논설의 내용 일부분씩 표현을 바꿔 재구성한 것으로 분석했다.
◇상지대유인물=「김일성 수령님」·「가자 북의 낙원으로」 등 충격적인 구호를 적은 유인물이 발견된 농성장에서 15일 75명을 연행했던 경찰은 조사결과 용의점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50여명을 돌려보내고 학생회장 한규길군 (22· 무역3) 등 운동권학생 22명을 대상으로 관련여 부를 추궁중이다.
◇연·고전 팸플릿=팸플릿 인쇄를 맡았던 평강문화사 대표 조현수(42)·홍문 인쇄소 대표 최한진(47)씨 등 2명을 연행, 제작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제작을 의뢰했던 연세대 총학생회 홍보부장 최기군 (22·전기4·수배 중) 등 행사 준비위원 8명을 수배했다.
◇대학가대책=서울대는 16일 상오 박봉식 총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고 최근 계속돼온 불온 대자보가 교내에 부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직원 50여명을 대자보가 많이 나붙는 인문사회대·사대· 법대· 학생회관 앞에 고정배치, 대자보가 붙는 즉시 이를 제거키로 결정했다.
연·고대는 금주 중 계속되는고·연제 행사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총장공동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 자숙을 당부했다. 또 대학건물별로 관리책임자를 지정, 불온벽보나 유인물의 게시·살포 때는 즉시 수거태세를 갖추었다.
성대는 대학본부 옆 게시판의 게시물 부착은 금지하고 장학과 직원들을 동원, 수시 순찰활동을 펴는 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