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인 놓고, 교문위 국감서 서울대 의대 사제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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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백남기씨 사망진단서와 관련해 서울대병원 서창석 원장과 주치의 백선하 교수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백교수가 준비한 자료를 보여주며 백씨의 사인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윤성 교수의 법의학 강연을 못 들었나?”
백선하 서울대 교수=“교수님께 수업을 들었습니다.”
안 의원=“그렇다면 두 분의 관계는 스승과 제자이다. 스승은 외인사라고 하는데 제자는 병사라고 주장하며 스승의 가르침을 부정하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이윤성 서울대 교수=“교육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윤성 교수 "백선하 교수가 진단서 작성지침 잘 몰라"
백선하 교수 "지침은 지침일 뿐, 소신있게 작성했다"
서울대 의대 출신 안철수 "백남기 사인은 외인사"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놓고 여야 공방이 벌어지던 중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놓고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이윤성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여야 의원 못지 않은 공방을 벌였다. 백 교수는 병사를, 이 교수는 외인사를 백남시 농민의 사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백 교수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백남기 농민은 급성신부전증의 합병증인 고칼륨혈증에 대해 꼭 받아야 하는 치료를 받지 못하여 심장정지가 왔다. 그래서 직접적 사망원인으로 심폐정지로 기술했고 사망의 종류는 병사로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백선하 교수가 사망진단서 작성지침을 숙지했다고 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잘 모르고 있다”며 “마치 제가 뇌수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듯이 백 교수는 사망 진단서 작성에 관해서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연명의료와 무관하게 사망원인은 원사인에 따라 결정해야 되는 것인데 백 교수는 연명의료를 충분히 했으면 외인사인데 그걸 못했기 때문에 병사라고 한 것은 진단서 작성지침을 숙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 후배이기도 하고 굉장히 아끼는 훌륭한 신경외과 의사이기는 하지만 사망진단 지침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오류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백 교수는 곧장 “저는 의견이 다르다”며 “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기준은 작성지침”이라며 “환자분이 사망했을 때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직접 원인을 기술하는 것이 사망진단서의 요체이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심폐정지를 사인으로 적지 말라는 지침은 백남기 환자분의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을 기술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소신껏 작성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출신(80학번)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미 서울대 의대 학생들, 동문의사들, 의사협회를 비롯해 이윤성 특위위원장, 성상철 건강보험이사장 등 절대 다수의 의사가 병사가 아니라 외인사로 판단하고 있다”며 “노벨의학상을 받을 만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다음에야 많은 전문가 절대다수가 의견일치를 본다면 그 의견이 맞는 겁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논쟁을 벌일만한 사안이 아니다”며 “병사가 아니라 외인사라는 걸 밝혀둔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이날 국감 정회 중 이 교수와 백남기 농민의 부검 문제에 대해서도 10분 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서울대 의대에서 이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다”며 “백 교수는 제 1년 후배로 아주 수술을 잘 하시는 분이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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