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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불당 백엔까지 가야한다|「제로섬 사회」의 미「더로」박사에게 들어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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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제 국제수지흑자를 내기 시작한 점이라든가 거대한 외채를 짊어지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한국원화의 현재 환율은 과소평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의 환율절상압력은 온당한 처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경련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의 초청으로 방한중인 미국의「레스터·C·더로」MIT교수는 10일상오 본지 이제훈 경제2부장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제실상이 미국인들에게 제대로 인지되어 있지 않아 약간 무리하게 보이는 압력을 미국으로부터 받고있다면서 현재 원화의 환율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더로」교수는 한나라 통화의 대외환율은 국제수지상태가 어떠하냐에 따라 적정선의 수준이 판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편집자 주)
-교수는 지난7일 전경련에서 있은 강연에서 미국의 거대한 무역적자로 인해 세계경제가 천체상에 존재하는 블랙홀(미궁)에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제상태나 일본·서독 등의 대응으로 보아 위기는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세계경제에서 가장 비중이 큰 미국이 한해 2천억달러 안팎의 대외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사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그것은 미국GNP의 약 4%에 해당한다. 반면 특히 일본 같은 나라는 막대한 흑자를 누리고있다. 미국의 일자리를 일본이 대량 빼앗아가고 있고 미국은 적자를 채우기 위해 매년 거액을 꾸어와야 한다. 그러한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어쨌든 이 문제는 해결되어야하며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한예로 멕시코의 경우 엄청난 외채때문에 부도일보직전에 이르기까지 했지만 국제금융기관과 채권국들의 협조로 위기를 극복했다.
블랙홀에 빠지는 것을 멈추게 하기 위해선 일본이나 서독 같은 나라들이 더 큰 책임을 나누어져야한다.
우선 일본 엔화의 가치는 더 상향조정되어 궁극적으로는 달러당 1백엔까지 실현되어야한다고 본다.
-교수는 지난2월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기고한 글에서 달러의 대 엔 환율은 1대 1백40∼1백50엔으로 되어야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제는 1대 1백엔선을 제시했다. 왜 그러한 주장을 하게되었는가.
▲무역환경-특히 미일간의 무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농산물수출이 크게 줄어든데다가 대일 무역적자가 계속 불어나 상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요컨대 무역이 어느정도 균형점까지 가야되는데 그것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달러당 1백엔이 되면 일본의 일방적인 대미흑자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교수얘기대로 달러값이 그렇게 떨어지게 되면 부작용도 크지 않겠는가. 예컨대 인플레문제가 걱정되지 않겠는가.
▲전반적으로 달러값이 그렇게 떨어져야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보고있는 나라의 통화에 국한되어야 한다. 그럴 경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원인을 오히려 미국안에서 찾아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예를들면 미국내의 저생산성·저투자·고소비 등이 경제를 악화시키는 근본문제가 아닐까.
▲맞는 얘기다. 지난 75∼85년 10년 사이에 미국의 생산성증가율은 겨우 연간 0.8%였는데 반해 일본은 4%, 서독은 3%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제와서 갑자기 미국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없다. 우선 대외거래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산성향상의 격차만큼 환율이 조정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82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문제다. 81년까지도 흑자를 기록했었다. 미국정부가 고금리정책을 쓰는 바람에(한때 연22%) 달러값이 과대평가 되었고 그것이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교수와 같은 대학(MIT)에 있는「루디거·W·돈부시」교수가 얼마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시장개방압력이라든가 환률절상압력은 코끼리와 춤을 추듯 시간을 끌며 피하라고 한국정부에 충고했다. 교수는「돈부시」교수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기본적으로「돈부시」교수와 같은 생각이다.
미국의 대한압력은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부터 출발하고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성공적인 수출을 하고 있지만 수출되는 차들이 일본의 미쓰비시 엔진을 장착하고있고 대외부채가 GNP의 절반인 4백70억달러에 달하고있으며 1인당 GNP가 이제 2천달러를 갓 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막연히 한국을 제2의 일본 또는 작은 일본으로 생각하고있고 자동차를 수출하는 나라로 인식되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이 분수이상의 압력을 받고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한국정부나 기업은 어떤 대책을 써야하나.
▲미국의 정부나 국민들에게 한국의 경제실상을 잘 주지시키는 방법을 모색하면 될 것이다.
-다시 환율문제로 돌아가 미국정부나 경제학자들 중에는 원화의 대 달러환율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는 반면 IMF(국제통화기금)는 현재의 수준이 적정하다는 보고서를 낸바있다. 교수는 어느 쪽인가.
▲현재로서는 IMF의 견해에 동감한다. 그러나 대만과 같이 무역흑자가 계속 크게 불어나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경제정책의 추진에서 정부의 역할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교수는『제로섬사회』에서 공평한 분배를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한다고 지적했는데.
▲나는 혼합경제주의자다.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자제해야할 부분이 있다. 민간이 맡아 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든가 좀더 공평한 분배를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민간에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므로 기업활동엔 가급적 개입을 삼가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88년부터 과감한 복지국가정책을 쓸 계획이다. 현재의 경제상태로 보아 복지정책의 추진은 가능하겠는가.
▲물론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잘못이다. 점진적으로 경제력에 맞추어 추진해야할 것이다.
「더로」교수는 이번 방한이 처음이라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의 경제력과 성장잠재력은 꽤 크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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