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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 다단계 사기범 주수도 하루 평균 5차례 ‘황제 접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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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조원대 다단계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제이유 그룹 주수도(60) 전 회장이 지난 3년8개월간 모두 5050번의 변호인 접견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제범죄 사범 등 10여 명도 변호인 접견을 1년에 1000번 이상 하는 등 이른바 ‘황제 접견’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 전 회장 올 8월 현재 최다 기록
3년8개월간 모두 5050회 접견
황제 접견 대부분 횡령 등 경제 사범

10일 본지가 주광덕(새누리당) 의원실을 통해 법무부의 ‘전국 구치소·교도소 수용자의 변호인 접견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 2013년 이후 접견을 가장 많이 한 재소자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주 전 회장이다. 그는 2013년 1503번(최다), 2014년 2143번(최다), 2015년 983번(3위), 올해 8월 말 현재 421번(6위) 변호인 접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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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3년8개월간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다섯 번가량 변호인 접견실을 사용했다. 주 전 회장은 피해자 14만여 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987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2006년 구속수감됐다. 이듬해 징역 1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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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담보로 받은 주식을 팔아 치운 혐의(횡령)로 2006년부터 복역 중인 한모씨는 지난해 1380번 접견을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들처럼 변호인 접견을 2013~2015년 사이 연간 1000회 이상 한 수감자만도 1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접견은 일반 면회와 달리 교도소 내 별도 공간(30여 석)에서 이뤄져 수감자들에게는 사실상 외출과 같다.

올 8월 현재 가장 많이 접견한 재소자는 업체 대표 황모씨로 총 757번 변호사 접견을 했다. 황씨는 “회사에 식자재를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납품업체로부터 14억원 및 외제 승용차 2대를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5월부터 복역 중이다.

‘황제 접견’ 이용자는 대부분 배임·횡령, 사기 등 돈과 관련된 경제 사범들이다. 범죄로 얻은 수익이 황제 접견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재판에 넘겨진 유사수신 사기범 송모씨는 횡령한 돈으로 이른바 ‘집사’ 변호사를 고용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로펌 변호사는 “한 번에 30만~50만원씩을 받고 접견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있다. 형편이 좋지 않은 초짜 변호사들이 수감자와 외부인을 오가며 ‘전언’을 전달해 주는 집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현재 근무시간 내에서 시간과 횟수의 제한 없이 변호인 접견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광덕 의원은 “변호인 접견 제도는 수감자의 인권 및 재판 과정에서의 방어권 보장 등을 위한 제도지만, 일부 수감자는 이 제도를 돈으로 사는 등 완전히 농락하고 있다”며 “돈 없는 ‘개털’ 수감자와 달리 ‘범털’ 수감자만 감옥 안에서까지 특혜를 받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감자들의 ‘1년간 평균 변호인 접견 횟수’는 2013년 7.08회, 2014년 6.77회, 2015년 6.82회로 두 달에 한 번 정도에 그쳤다.

주 의원은 “관련 변호사들도 양심을 저버리고 수감자들과 시간 때우기식 잡담으로 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며 “법무부가 제도를 개선하기 바라며 진전이 없으면 입법을 통해 황제 접견 근절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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