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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너지 국가발전으 로 이어지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가슴 시린 감격도 있었다.「너의 것이 우리의 것」 이 되는 공감의 뜨거운 확산도 있었다.이렇게 해낼수도 있지않느냐 하는 「체험」 이 가져다준자신감의 회복도 있었다.
개막식, 그 잔칫날 아침부터뿌러댄 가을비가 컹슴맞은 마음에 혹시나 하는 우러를 자아내게도 했지만, 평균대의 선앵이가 공중3회전을 끝내며 매트위에 사뿐히 내려섰을때 그것은 우리 모두의 「기쁨에의 착지」 였다. 남규며 재형이…그들이 걷어올리는 탁구공 하나 하나에 쏠린 우리의 마음은, 만리장성을 허물었다는 매스미디어의 과장에도 마냥 즐거울 수 있었다.
예외없이 우리는 콧날이 아렸고, 스탠드에서,텔리비전 앞에서 눈밑을 닦아내야했던 나날이었다. 어쩌자고 이땅의 남자들은 그 장한 아들 말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그렇게들 일찍 가서, 홀로 남은 여인과 자식들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지.
강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한결같은 가난에 마음이 젖고, 그들이 메어던지고 누르고 질러댄 중공·일본의 지배와 침략의 현대사를 떠올리며 만감이 오가야했던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스포츠는 예정된 사건이다. 언제 어디에서 누가 무엇을…하는 모든 요건이 예정되어 있다.
어떻게? 만이 미지의 것이다. 그 「어떻게」 를 통해서 우리의 선수들이 보여 준 쾌거는 길이 기억되리라. 선수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뒤에서 더욱많은 땀을 흘린 모두에게도 우리의 이 기쁨은 돌려거야 하리라. 아직도 우리 사회의 그늘에서 밥보다는 라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춘애가 준 위안」 을 우리는 오래 간직할것이다. 스스로의 몸을 찔러 피를 흘려서라도 세운 뜻은 성취를 해야한다는 사이클의 「대철이 부부」가 보여준 극기도 귀중한 감격으로 남아있으리라.
이제 우리는 해냈다. 그리고아시안게임은 끝났다.
피니시 라인을 들어서며, 우승을 한 춘애눈 「천근같이 느껴지던」 운동화를 벗고 맨발이되었다. 그러나 보름동안의 잔치를 끝내고 돌아서는 우리들에게는 「벗어버릴 운동화」 보다 산적한 문제들이 너무 많다.
잠실벌에서 타오른 성화가「신의 은총」 이 아니라 하루 1백40만원의 경비가 든 도시가스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흥청거린 값은 얼마인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안주인으로서의 지혜도 필요한 오늘이다.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극명하게 표출시켜준 이 한판의 스포츠를 통해, 그 속에 담겨졌던 불굴의 투혼과 각고의 인내, 그리고 페어플레이의 정신을 개인과 사회의 구석구석에자양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것도 오늘 우리가 느끼는 교훈이다. 개헌이 그렇고, 가치의 대립을 보이고 있는 사회가 그렇고, 입시문제가 또한…그렇다.
메인스타디움의 전광판이 『북경에서 만납시다』 라고 샛길때 Beijing이라는 그 영문글자가 보여 준 착잡함도 잊어서는 안되리라. 그곳은 어디인가. 국제정치의 질서 위에서, 아직도 그곳은 「갈수 없는 나라」 의 와서는 안되는 사람들이다. 아시안게임이 보여준 아시아인의 평화와 우정이라는 말이 허구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중공의 이선념은 북한을 방문중이고,일본의 「후지오」 는 망언을 연발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의연하게 치러낸 이 「한마음 한뜻」 을 국제적으로,국내적으로 얼마나 창조적으로 건강하게 확산시켜 가느냐가 대회 성공이후의 또다른 성공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다음의 또 다음의 어느대회쯤에,어쩌다 한국이 이렇게스포츠에 약해졌느냐는 말을 듣게 되는 날이 오고, 그때 이렇게 말할수 있으면 얼마나 기쁠 것인가.
『나라가 민주화가 되고 경제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다보니, 라면먹는 아이도 없고 홀어머니 둔 아이도 없으니 그럴 수밖에요, 허허허.』
장하다, 그대들이여. 오늘 우뚝선 「우리 한국」 의 아들 딸이여. 『스탠드에서…』는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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