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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우전자 '노사相生으로 회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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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 25일 광주시 장덕동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 냉장고 공장. 이 곳 직원들은 생산량이 늘어 요즘 매일 2~4시간씩 잔업을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시 퇴근이었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던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전업계가 경기침체로 매출과 이익 감소의 이중고를 겪고 있음에도, 이 회사는 오히려 지난해 적자에서 올 들어 흑자(상반기 경상이익 6백60억원)로 돌아섰다.

이승창 전략기획부문장(전무)은 "올해 목표인 매출 2조7백억원과 순이익 1천억원은 문제없이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을 방문해 "노사 관계의 모범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두배의 감동을 받았다.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다.

◆비용 만만치 않았다=이 회사가 지난해 11월 회사명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바꾸고 새로운 종합가전회사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채권단과 임직원의 '희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당시 이 회사의 기술력, 해외 영업망 등을 고려해 '회생 가능'하다고 판단, 4조6천5백억원의 빚을 탕감해 줬다. 또 5천2백억원의 부채를 출자전환해 줬다. 또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2000년 1만명이 넘던 직원은 4천여명으로 줄었다.

◆신제품 개발과 노사화합=올 초부터 '나노 냉장고''산소 에어컨'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친환경 전략을 펼치고 있다. 나노실버 기술을 이용한 양문형 냉장고 '클라세'의 출시로 지난해 국내 냉장고 시장 점유율이 10%에도 못 미쳤지만 올해는 15%까지 상승했다. 제품의 80% 가량을 해외에 수출하는 대우는 냉장고 수출이 지난해보다 1백%, TV.비디오플레이어 등이 50% 가량 늘었다.

특히 60%가 넘는 인력 구조조정 속에서도 13년 연속 무분규, 5년 연속 무교섭으로 노사화합을 실현하고 있다. 대우전자(한국노총 계열)와 대우모터(민주노총 계열)의 결합으로 '1사 2노조' 체제가 돼 분규가 우려됐지만 올해 임금협상도 무교섭.무분규로 타결됐다.

지난달 노조 측은 회사에 임단협을 백지 위임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회사는 지난 5년간 임금 동결을 참아온 직원들에게 임금을 7.5% 인상해 주기로 약속했다. 이달 말에는 96년 이후 한번도 주지 않았던 성과급(1백%)을 지급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투명경영이 큰 역할을 했다. 팀장은 격월로, 공장장은 분기별로 현장 직원들을 찾아 회사 사정을 알렸다. 김충훈 사장은 이달에 세 곳의 공장을 찾아다니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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