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고용법 이번엔 처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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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외국인 고용허가법안이 31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이 부결될 경우 주로 중소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약 20만명의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은 8월 말에 출국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체의 인력 대란과 연쇄도산. 폐업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주름살이 올까 우려된다.

당초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 법안의 처리가 불투명해진 것은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자유투표 입장을 정함에 따라 일부 의원들이 임금인상과 노사분규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상당수 의원이 여기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회의원의 개개인의 소신에 따른 표결에 대해 시비할 생각은 없다. 다만 입법 추진과정에서 이뤄졌던 사회적 합의가 존중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이 법안은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사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다. 이에 앞서 여야는 오랜 토론과 절충을 거쳐 산업연수생제도와 외국인고용허가제를 병행 실시키로 의견을 모았다. 고용허가제의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노동계는 물론 반대했던 경영계에서도 이 법안을 서둘러 입법하는 데 협조키로 했다.

이렇듯 1995년부터 시작된 고용허가제 도입 논의가 어렵사리 열매를 맺어가는 중이었다. 이제 본회의 처리만 남은 단계에서 정치권이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저임금과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처우를 향상시켜 국가이미지를 개선하고, 경기변동에 따라 인력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도입돼야 할 제도다. 무엇보다 여야가 지난해 대선에서 함께 공약한 사안이기도 하다.

반대론자들은 임금상승을 우려한다지만 이 제도가 도입된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는 오히려 임금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반대론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국가 중요정책을 표류시켜선 안 된다. 외국인 고용허가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