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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악인이 맞이해야 할 세상 끝 풍경이 바로 이것” 아수라’ 김성수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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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김성수 감독. [사진 정경애 (STUDIO706)]

출발은 좋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중 역대 최고 오프닝(47만명) 기록을 세우며 개봉한 ‘아수라’ 얘기다. ‘비트’ (1997)·‘태양은 없다’(1998)로 청춘 느와르의 계보를 다시 쓴 김성수(55) 감독과 배우 정우성(43)이 ‘무사’ (2001)이후 15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라 30대 이상의 표심을 자극했다. 재개발붐이 한창인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탐욕의 지옥도를 그리는 영화다. ‘1000만 배우’ 황정민과 주지훈·곽도원 등 ‘남자 영화’를 견인해온 굵직한 배우들의 캐스팅도 화제였다.

극과 극 평가 ‘아수라’ 김성수 감독
‘무사’ 이후 15년 만에 정우성과 찍어
“현실 비틀기 속에 남자의 진한 향취”

그러나 개봉 후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한국 범죄 액션 영화의 수작”(황진미 영화평론가) “현실에 대한 슬픈 은유”(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라며 반기는가 하면 “캐스팅이 아깝다”(포털사이트 관람평) “물리적 고통만 가중시키는 영화”(강유정 영화평론가)란 혹평도 만만찮다. 높은 수위의 폭력 묘사도 도마에 올랐다. 9일까지 관객 수는 240만 명. 제작비 100억원대의 영화로는 저조한 흥행세다. 반면 SNS에선 영화를 반복 관람하며 스스로를 ‘아수리언’이라 칭하는 컬트 팬들도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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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정우성. [사진 정경애 (STUDIO706)]

이런 세간의 평에 대해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은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김 감독은 “이 영화의 방식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김 감독에게 ‘아수라’는 오랜만에 자신의 색깔을 되찾은 느와르다. 그는 제작을 겸한 로맨틱 코미디 ‘영어 완전 정복’ 이후 10년간 영화계를 떠나야 했다. 몇 차례 작품이 불발되며, 교단에 서고,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정우성과의 우정은 계속 이어졌지만 김 감독이 2013년 재난 영화 ‘감기’로 복귀했을 때 정우성은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 “‘김성수다운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김 감독의 영화는 현실을 다르게 비틀어 보는 시각이 있고, 그 안에 남자의 향취가 진하게 풍긴다. ‘아수라’의 주연 제의를 하면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하더라. 그 자리에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정우성)

하지만 20년째 페르소나인 정우성조차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당황”했을 정도다. “주인공이 너무 주인공 같지 않아서”다. 그럴 만도 하다. 감독에게 ‘아수라’는 “악인들이 반드시 맞이해야 할 세상 끝 풍경을 보여주는 영화”이고 등장인물들도 “느와르 장르에서 흔히 별 볼 일 없는 병풍 역할만 하다 끝장나는 초라한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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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 포스터의 한 장면.

높은 폭력 수위에 대해서도 두사람은 ‘충격 요법’이라 설명했다. “아수라’는 주인공이 자멸해서라도, 이 악의 연쇄사슬을 끊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줘야 했다. 날 것의 폭력으로 관객들을 몸서리치게 해야 했다. 그래서 얼굴을 가격하는 장면에선 진짜 맞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했다. 때리고 맞는 타격음도 가장 신경이 거슬리는 사운드를 찾아 썼다. 영화를 즐기고 싶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더라도, 극장을 나선 후에 그 충격이 휘발되지 않기를 바랐다. 끝까지 밀어붙였다.”(김성수)

정우성이 극중 이렇게 자주 무릎을 꿇는 영화도 처음이다. 볼품없이 눈치만 보는 그의 모습은 낯설기까지 하다. “정우성 특유의 눈빛이나 발성·동작을 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는 게 감독의 말이다.

그런 두사람의 뜻이 얼마나 대중에게 전해졌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둘의 궁합을 입증하기엔 무리가 없다. “김 감독의 치열한 현장이 늘 그리웠다. 그만큼 현장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고 재능을 잘 이끌어내는 감독이 드물다. ” 정우성의 말에 김 감독이 답했다. “우성씨는 나를 더 좋은 감독으로 만들어주는 배우다. 이 사람하고 일할 때 가장 보람 있다는 걸 ‘아수라’로 다시 절감했다.”

나원정·김나현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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