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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500호 기획] 완전자율주행 ‘사람 같은 차’ 2021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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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공동창업자는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가 등장해 도시의 모습과 인간의 이동 개념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모빌아이]

이스라엘에는 완성차 기업이 없다. 거리에 다니는 모든 차가 현대·기아차 등 수입 차다. 하지만 이 ‘자동차 불모국’이 이제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가 됐다. 올 들어 ‘자율주행차(Autonomous Car)’라는 거대한 물결이 밀어닥치면서다.

암논 샤슈아 ‘ 모빌아이’ 창업자 단독 인터뷰

BMW·포드·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와 애플·구글·인텔 등 정보기술(IT) 업체는 입을 맞춘 듯 “2021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나섰다. 완전자율주행차란 스스로 주변 환경과 주행 상황을 인식·판단해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차를 말한다. 결국 사람이 없어도 된다. 이를 위해 업체들이 하나같이 짝을 맺고 싶어 안달인 곳이 바로 이스라엘의 자율주행차 솔루션 업체 ‘모빌아이(Mobileye)’다.

모빌아이는 1999년 세계적인 컴퓨터공학자 암논 샤슈아(56) 히브리대 교수가 지브 아비람(57)과 함께 창업했다. 핵심 사업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자율주행차다. ADAS는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인 지능형 안전장치다. 현재 완성차 시장의 90% 이상이 모빌아이의 ADAS를 쓰고 있다. 자율주행차 업계는 세 가지 커다란 물음 앞에 놓여 있다. 안전할 것인가, 누구의 플랫폼이 대세가 될 것인가, 2021년까지 완성될 것인가. 국내 언론 최초로 예루살렘 하르톰 거리에 있는 모빌아이 본사에서 암논 샤슈아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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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아이의 자율주행차 솔루션을 보여 주는 화면. 사물·사람의 속도 및 거리가 실시간 분석된다.

-운전은 종합예술 아닌가. 어떻게 로봇이 감당하나.
“그래서 ‘사람 같은 차’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세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카메라나 레이더·라이더로 상황을 감지하는 ‘센싱(sensing)’, 목적지까지 도로와 주변 환경을 정확히 보여주는 ‘초정밀지도(HD Mapping)’, 그리고 가장 중요한 ‘드라이빙 폴리시(Driving Policy)’다.”

-드라이빙 폴리시란.
“도로 위엔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운전자들이 차를 몬다. 공격적인 운전자, 법을 잘 지키는 운전자, 깜빡 조는 운전자, 룰을 어기면서 빨리 가야만 하는 구급차 등등…. 사람은 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히 운전을 한다. 종합예술이다. 이렇게 차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판단해 융통성 있게 주행하도록 하는 인공지능이 드라이빙 폴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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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와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모빌아이의 솔루션이 가장 완성도 높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파트너십을 원하는 게 그 방증이다.

매출은 2011년 1918만8000달러에서 지난해 2억4087만 달러(약 2692억원)로 13배 급증했다. 2014년 8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시가총액은 6일 현재 10조원이 넘는다.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차를 어떻게 실현할 생각인가.
“인공지능 카메라가 앞·옆·뒤를 본다. 사람의 눈처럼 차인지, 고양이인지, 보행자인지 구별한다. 이 기술이 99.99%의 정확도를 보인다. 지도는 인공지능이 도로의 모양과 차로, 도로가 휘어진 정도, 신호등, 속도 표지판 등 운전에 필요한 모든 상황을 거리 1㎞에 10KB(킬로바이트)로 업데이트한다. 드라이빙 폴리시는 설명한 대로다. 교차로에서 애매하게 노란불이 들어올 때 내가 지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뒤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면 추돌할 수 있다. 이런 상황까지 계산해 뒤차의 움직임에 따라 노란불에도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판단을 한다.”

-테슬라는 유망한 기업인데 왜 헤어졌나.
“지난 5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주행하던 차가 트럭과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했다. 우리는 테슬라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었다. 나는 사고 1년 전인 2015년 5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오토파일럿은 아직 핸들에서 손을 떼고 운전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고, 이후 그는 나와 만나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오토파일럿은 지난해 말 ‘핸즈 프리(hands-free)’ 운영 모드로 출시됐다. 그리고 테슬라는 사고 책임을 우리 카메라로 돌렸다.”

-사이가 틀어진 건가.
“모빌아이의 목표는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사고를 없애는 것이다.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술의 진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환경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부품을 납품하지 않고 제휴를 종료했다.” 올해 1월 GM과 폴크스바겐이 초정밀지도를 모빌아이와 협력하겠다고 밝혔고 2월엔 르노-닛산, 7월엔 BMW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샤슈아 회장은 “연말까지 2개 완성차 기업이 모빌아이와 손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자율주행차가 왜 필요한가.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 뒤에 아주 강력한 경제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없어질 경우 ‘공유형 운송(Shared Mobility)’이라는 굉장히 큰 비즈니스가 열리게 된다. 하루에 단 몇 시간을 빼고 주차장에 서 있기만 하는 차를 왜 ‘소유’해야 하나. 우버의 ㎞당 비용 중 절반이 운전자 비용이다. 운전자가 없다면 이동 비용이 기존 소유형 차보다 낮아질 것이고 결국 대중교통과 대도시의 모습, 인간의 이동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것이다.”

-자동차의 주도권이 IT 업계로 넘어간다고 보나.
“내 답은 ‘그렇다(yes)’이지만 좀 복잡한 문제다. 다만 IT 업계는 미래에 인공지능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란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인공지능을 발전시킬 이상적인 플랫폼이다. 이게 바로 실리콘밸리가 그토록 자율주행차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개별 기업 입장에선 좀 지켜보다 따라가도 되지 않을까.
“자율주행차는 항공기처럼 안전이라는 핵심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제도의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정책 입안자들의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완성된 기술이 제도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누가 경쟁자의 기술이 표준이 되길 바라겠나. 그게 누가 되든 우리는 결승선에 함께 있을 거다.”

모빌아이는 지난 7월 1일 BMW·인텔과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자율주행차의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어 모두에게 오픈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처럼 자율주행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21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정말 가능할까.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모든 기술적 발전을 끝낼 수 있는 시기라고 본다. 그때까지 완벽한 기술이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에서 ‘과학적 혁명(scientific revolution)’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그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건 사람을 달에 보냈던 것과 마찬가지다. 기존 기술과 자원·역량을 결합해 집중적으로 추진하면 되는 거다. 과학의 진보는 언제나 기존 기술의 응용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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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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