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선제공격… 한판 대결 불가피-신민 헌특활동 중단과 「가을 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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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헌특의 1차시한인 9월30일을 넘기면서 야권이 헌특중단과 원내외투쟁을 외치며 선제공세로 나옴으로써 10월 정국은 팽팽한 긴장 속에 맞게됐다.
29일의 이민우 신민당총재와 두 김씨의 헌특중단-원내외 강경투쟁선언은 비록 원내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여운과 신축성을 남긴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야당사정으로는 이렇게 선언한 이상 어떤 형태로든 한판 공세를 전개하지 않을 수 없고, 개헌정국의 전기도 그런 과정 속에서 나올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야권이 일단 원내외 투쟁으로 전환키로 결정함으로써 바로 예상되는 것은 국회운영의 파란과 장외투쟁의 재개다.
이총재는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국회를 주전 장으로 하고 장외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우선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 10월6일부터 재개되는 국회본회의는 헌특중단을 둘러싼 개헌공방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며 여야가 의사일정·의제 등에 있어 사사건건 대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당 측은 대정부질문의 초점을 직선제개헌관철에 집중시키고, 특히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있는 언론문제 등을 쟁점으로 부각시킬 작정이며 이 과정에서 불신임공세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생각이다.
신민당 측이 본회의장을 주공격 장으로 활용하려들면 예결위는 구성조차 되기 어렵고 모든 상임위활동이 여기에 묶여 국회는 공전 등 파란에 휩싸일 것이 분명하다.
신민당이 이 같은 원내투쟁과 병행하여 전개하려는 장외투쟁은 두 가지 방향이다.
우선은 종전까지 추진해왔던 직선제 개헌추진대회를 계속하는 것이다. 춘천·인천 등 대회를 치르지 못한 지역의 대회를 열거나 아니면 서울에서 지구당연합 단합대회를 갖는 것이다.
신민당은 그 동안 서울대회 등의 준비가 갖춰졌다고 공언한바 있다. 다만 서울 도삼 한복판에서 본격적인 개헌대회를 가질 경우 그것은 정부측과 정면대립을 야기시킬 것이 분명하며 그 만큼 야당측에도 부담이 따르게 되어있지만 선택적으로 이를 이용하려는 생각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또 한가지 장외투쟁의 방법으로 거론되는 것은 지난번 3자 회동에서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이른바 「장기집권음모 분쇄투쟁」이다.
이를 주창해온 상도동 측은 이것이 성격상군중대회적 모양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개헌대회처럼 서울·부산·대구·광주·인천 등 대도시에서 전개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새로운 방식으로 추진되는 제2의 개헌투쟁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민당 측은 이 운동의 효과적인 전개를 위해 재야와 공동으로 투위를 만드는 구상도 갖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장외투쟁은 10월중반기서부터 지역단합대회를 중심으로 서서히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신민당측이 이 같은 원내외 강경투쟁을 어떤 강도로, 언제까지 밀어붙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아시안게임이 끝나는 10월 초순까지는 강경발언은 계속되겠지만 실제 강경대결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측이 이 기간을 조용히 보낸다는 방침이기도 하지만 야당으로서도 구체적인 행동계획은 없기 때문이다.
비록 헌특중단→강경원내외투정에 동교·상도동계가 보조를 같이하고는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전략적 관점을 달리하는 만큼 추진방식과 목표에도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헌특 무용론을 주장해온 동교동 측은 이 같은 원내외투쟁을 「장외투쟁의 강화」라고 보고 권력구조에 대한 직접적인 담판, 곧 실세대화를 가능케 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김대중씨의 사면·복권이라는 결과를 얻어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쟁의 시기는 실세대화가 이뤄지는 시기까지다.
그러나 상도동 측은 강경투쟁의 시기가 실세대화의 성사여부와 연관되어 있다는 해석을 거부한다.
그들은 「개헌합의」라는 문제가 해결되는 시기를 투쟁의 시한으로 보고 말 그대로 원내외 투쟁을 한다는 것이다.
일견 미세하게 보이는 이 미묘한 차이가 정국운영에 대한 동교·상도 두 계파의 본질적인 차이이기도 하다. 현재의 여당입장으로 볼 때 거의 불가능한 「실세대화」를 시한으로 삼을 경우 그것은 무한 투정이 되기 쉽다.
그러나 「원내외를 통한 투쟁」은 원내를 버리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중심으로 다시 중단됐을 뿐인 헌특의 재개를 꾀할 수 있다는 여운을 둘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야권의 갑작스런 강경전환으로 인해 아시안게임의 여세를 몰아 화해분위기로 정국을 유도해보려던 여권의 구상은 일단 어굿나개 된 것 같다.
특히 모든 채널을 동원한 대야총력접촉을 통해 야권분위기를 탐색, 헌특정상화 등을 낙관하던 민정당으로서는 허를 찔린 격이고 10월 정국의 전반적인 구도를 재구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여당으로서는 신민당이 아직 전면전으로 나올 단계는 아니며 3자의 결정에도 신축성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신중한 관망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접촉을 확대한다는 생각이다.
민정당측은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정지적 부담도 적어지기 때문에 그 바탕에서 재집권의 본격구상을 전개할 생각으로 있었다.
특히 야당측의 직선제에 맞서 내각책임제를 관철한다는 방침을 최근 다시 확인했고 여야개헌협상이 부진하거나 좌초할 경우에는 이를 강행키 위해 비상한 대책을 강구하거나 대야접촉확대 등을 통해 여건조성에 나서거나 해야한다는 등의 대책들을 검토하고 있다.
말하자면 강공책을 기조로 하여 강온양책을 적절히 구사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만약 양측의 강경구상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면 정국은 금세 위험수위에 육박하는 위기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여야 쌍방이나 또는 국회차원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표회담이나 고위회담을 모색하는 노력이 전개될 것이다.
또는 헌특을 새로운 차원에서 재개하나 개헌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고위회담 같은 대안들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느 것이든 정국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비로소 시작될 성질의 것들이다. 그 같은 위기국면은 새로운 단계로의 전기로서 구실도 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파국으로 내달을 요인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만 할 것이다. <김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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