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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인의 「부자될 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국공산당의 제12기 6차 중앙위전체회의(6중 전회)는 개방정책의 지속과 공중도덕의 향상을 강조하는 장문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것은 등소평 실용주의 체제의 기본노선의 건재와 발전의 재확인일 뿐 크게 새로와진 것은 아니다.
다만 경제성장과 그로 인한 근대화의 폐단을 극소화하기 위해 도덕문제를 강조한 점이 새로울 뿐이다.
6중 전회는 76년9월의 모택동 사망이후 중공이 겪어온 큰 변화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음을 시사했다.
기산 주의 정치는 정책과 권력·이념 등 3개 요소의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를 겪으며 발전해 나가는데 특징이 있다.
이 세 요인의 변화가 어떤 순위로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은 그 나라의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
중공의 경우는 이미 모택동 후반기부터 일기 시작한 혁명노선과 실용주의 노선의 정책싸움이 모사망직후에 실용주의의 승리로 끝났다.
화국봉이 주은내 이래의 「4개의 근대화」를 중공의 기본정책으로 결정한 것은 중공이 정책변화를 가장 우선시켰음을 의미한다.
그 다음으로 실용주의 노선의 선봉장들인 등소평·호요방·조자양 등의 삼두체제가 들어선 것은 권력의 변화가 제2순위였음을 시사한다.
지금은 3요인중 마지막인 이념의 정리가 끝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중공이 가장 강조한 것은 「마르크스-레닌-모택동주의」의 기본입장은 계속 존중하되 이를 중국적 현실에 맞게 적용한 「중국식 사회주의」다.
이번 6중 전회 결의문이 『자본주의 국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아직도 많다』고 전제, 생산역 향상과 개방노선의 지속을 선언하면서도 「마르크스」주의의 우월성을 강황하게 강조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그러나 등소평체제의 실용주의 정책의 제1과제가 생산력 증가를 통한생활수준 향상임은 부인할 수 없다.
결의문이 공산주의적 평등주의를 배격하고 경쟁을 장려하면서 『정당한 소득격차를 비난해선 안 된다』고 선언, 「일부 인민이 남보다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공식으로 승인했다.
이것은 『재산을 모아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이다』(획득재부하광채적)라고 한 등소평 철학의 반영이다.
그러나 결의문은 『자본주의의 추악하고 퇴폐적인 면을 단호히 배격한다』고 선언하고 정신문명의 진작을 강조했다.
이것은 근대화에 따르기 쉬운 소비·사치·퇴폐. 나태 등을 예방하려는 도덕운동의 제창이다.
중국식 사회주의는 중국적 전통에 사회주의의 옷을 입힌, 발전·변용된 중국 민족주의다.
그것은 중국의 몸매에 서양의 옷을 입힌다는 19세기말 이래의 「중체서용」에서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바꿔놓은 중국 근대화론 이라는 해석이다.
모사후 10년이 됐다. 그 동안 등소평 체제는 괄목할 성과를 거둬 그의 노선은 중공의 전체 국민과 여론의 지지를 받아 정통성을 확립했다.
이번 6중 전회는 이런 정통성의 재확인이다. 따라서 중공의 내외정책은 구조상의 변화 없이 지금의 개방과 건설노선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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