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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DI의 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레이건」 대통령이 이른바 「별들의 전쟁」(SDI=전략방위구상) 7년 연기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군사계획을 정치 무기화하고 냉전관계에 있는 미소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레이건」은 그 동안 SDI가 핵전쟁의 근절을 의한 계획이기 때문에 그 어느 것과도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정책 도구로 사용되는 일은 더구나 없을 것이라는 태도였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으로 이미 두 번째 SDI를 정치 무기화 했다. 미국은 작년 11월의 제네바 미소 정상회담에 「고르바초」를 끌어내는 수단으로 SDI를 사용했다.
그때 미국은 SDI가 미소간에 논의대상이 될 수 없다는 종래의 입장에서 일보 후퇴하여 그것을 회담의제로 삼는데 동의함으로써 정상회담을 성립시켰다.
SDI는 인공위성과 광선을 결합시킨 하나의 방대한 우주무기체계다. 즉 항시 우주공간에 체류하는 인공위성을 발사장치로 하고 거기에 광속(beam)을 실탄으로 장비하여 적의 ICBM(대륙간 유도탄)을 목표지역 도달 이전에 요격, 적의 상공에서 무력화시키는 장치다.
이 계획은 60년대의 「존슨」과 70년대의 「닉슨」이 각각 시도했다가 기술적 가능성의 희박, 방대한 비용 등의 이유로 중단됐었다.
83년 「레이건」에 의해 이 계획이 다시 착수돼 지금 부분적인 실험의 성공단계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기술문제, 비용의 방대성, 그리고 세계평화의 위협, 군비경쟁의 가속화라는 측면에서 미국과 세계의 반발을 받아왔다.
SDI의 설비·배치에 기술적으로 성공하더라도 미국 본토의 ICBM만 방어하는데 1백여 억 달러, 도시방어에는 1천억 달러가 든다.
이것을 방공체계를 포함하여 미국이 소련의 핵 공격을 막는데 까지 확대하면 수십 년의 시일과 미국 국방예산의 3년 분에 해당하는 1조억 달러가 든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SDI 찬성론자들이 비판을 덜 받기 위해 만든 설명자료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계획에 동맹국·우호국의 핵 방어는 고려돼 있지 않다.
한편 소련은 SDI에 대한 대항책으로 자체연구를 가속화하면서 미국기술정보 탐지를 위한 첩보활동, SDI 지상 조정기지 공격용 테러단의 조직·훈련, 레이저무기 차단재료 개발, 기존무기(ICBM 킬러 위성) 생산확대, 핵 공격 잠수함의 미국 근해 배치 등의 조치를 취해 왔다.
기술적 차원에서 SDI를 반대하는 과학자들은 이 계획의 실효성을 입증할 실험이 불가능하고 그 효과가 1백%가 아니면 방어 상 아무런 효력이 없으며 상대방이 우주지뢰나 장해반사경을 설치하면 SDI는 전혀 쓸모가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그 동안 한국을 포함하여 서방동맹국을 SDI에 참여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펴왔으나 성과는 그리 좋지 않은 편이었다. 오히려 반대여론만 강화시켰다.
이런 여러 가지 논거 때문에 SDI는 실용적인 군비체계가 아니고 군사적인 가능성을 정치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미국의 장기적인 정책포석이라는 추측이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이번 「레이건」의 유엔 연설은 이런 추측을 입증한 결과가 됐다.
오늘의 국제상황에서 미소가 화해만 한다면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큰 전쟁은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다.
이번 「레이건」의 SDI 연기제안이 그런 화해 구축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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