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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여, 조금만 더한수산<소설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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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수촌으로 들어가는 그대들을 보았습니다. 푸른 상의의 우리의 아들들은 늠름했고, 스카프를 두른 딸들은 아름답고 싱싱했습니다. 아시안게임의 그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대들이 흘린 저 긴 「시간의 땀」이 이제 영광으로의 부화를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표선수들이 서울시내의 지리를 잘 모른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그들의 젊음을 거리에서 사랑하고 있을 때 그대들이 KOREA라는 이름을 위해 참아낸 노고의 한 상징으로 저는 이것을 생각합니다. 그렇게 기다려온 날들이 이제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제 적은 중공도 일본도 아니라는 것을 아시기 바랍니다. 적은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그대들이 이겨야 할 대상은 그대들 자신일 뿐입니다.
해방후 세대인 저는 내 나라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과 회오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우리가 가진 GNP와 산업과 길과 문화와 삶이 누구의 열정과 희생 속에 이루어졌는지를 압니다.
이야기의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이제 한국이 해야 할 일도 그 어떤 강대국이 아니라 한국과 한국인 자신을 싸워 이기는 일입니다. 여기에 그대들이 가지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그대들에게 남은 것도 자신과의 싸움뿐입니다.
한국 스포츠가 보여 준 LA의 감격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메달리스트들은 왜 또 그렇게 한결같이 가난했던지. 오히려 그것이 우리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묶어 감격케 했었습니다.
뉴델리에서 펼쳐 보인 지난 아시안 게임의 영광은, 몇 년이 지난 후 그곳엘 찾아갔을 때도 인도인과 교민들이 한국을 자랑스러워 할 정도였습니다. 월드컵의 가능성은, 다만 그것이 축구가 아니라 한국인의 가능성으로 느끼게 한 「체험」이었습니다. 한국인이여 조금만 더. 이것이 스포츠가 주는 힘이며 감동입니다.
그대들이 치러낼 승부는, 그것이 아무리 격렬하다 해도 룰 안에서의 싸움입니다.
그 시작이, 규칙이, 끝이, 승복이 민주적입니다. 「약속된 멍석」위에서의 투쟁입니다. 실재하는 삶보다도 때로는 더 극명하게 진실을 보여 줍니다. 이것이 그대들의 아름다움입니다.
잘 싸우십시오. 그래서, 가장 우수한 한국인은 가장 우수한 아시아인이며. 가장 우수한 세계인이라는 것을 실증하는 그 날을 만들어 주십시오. 그래서 텔레비전 시청이 유일한 취미요, 도락인 민초들에게도 한번 크게 소리치며 내 나라, 내 이웃, 내 땅을 자랑스러워할 순간들을 엮어내 주십시오.
은퇴를 앞둔 마지막 국제경기일지도 모르는, 제가 사랑하는(?) 곽선옥 선수의 모습을 보러 저는 배구장에 갈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허영모를 깼으니까 문성길이 너 금메달만 못 따봐라 하면서 그러나 당신을 응원하러 복싱 경기장에도 갈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 스타플레이어만 이겠습니까. 우리는 그 동안 숨겨졌던 스타들이 수없이 떠오를 것을 믿고 있습니다. 그대들 모두가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스타들입니다. 그렇게 해서, 스포츠의 열기와 정책에 밀려나 「섭섭했던 동네」 사람들에게도 그것이 뜻 있는 것이었다는 자부심을 확인시켜 주십시오.
성화는 지금도 전국을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제 적은 그대 자신일 뿐입니다. 잘 싸우시고, 당당하고 사랑스런 딸과 아들과 애인으로 선수촌을 걸어나올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모든 영광이, 승리의 신 「니케」의 날개가 그대들의 이마 위에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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