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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화물기 엔진 볼트 부러진 상태로 7개월간 운항 '아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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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화물항공(NCA) 화물기 [회사 홈페이지 캡처]

일본 화물기가 엔진 내부의 볼트가 부러진 상태에서 7개월간 운항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비사들은 볼트 파손 사실을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정비 기록도 남기지 않고 숨겼다. 다른 정비사가 뒤늦게 파손을 확인하면서 안전 불감증이 들통났다.

문제의 항공사는 지바(千葉)현 나리타(成田)시에 본사를 둔 일본화물항공(日本貨物航空·NCA).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에 화물을 전문으로 운송하는 회사다. 아사히신문은 6일 “NCA 정비사 4명이 지난 2월 26일 엔진 수리 중 엔진 본체와 냉각 배관을 연결하는 볼트 4개를 빼다가 그 중 1개의 머리 부분을 부러뜨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볼트 나머지 부분이 엔진 연결부위에 남아있는 상태로 서둘러 정비를 끝냈다. 당시 정비 책임자는 “정시 운항을 지키기 위해 수리를 미루고 넘어가도 괜찮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털어놨다.

NCA의 보잉 747형 화물기는 볼트가 부러진 상태로 정기 운항을 계속했다. 정비사들은 지난 3~6월 볼트의 남겨진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 총 4차례 수리를 시도했다. 그러다 6월 12일에는 또 다른 볼트 1개를 더 부러뜨렸다. 이들이 몰래 숨어서 정비작업을 진행한 끝에 부러진 볼트 두 개를 모두 제거한 것은 지난달 6일. 화물기가 엔진 고장의 위험을 안은 채 약 2400시간을 비행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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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졌다가 수리된 일본화물항공 엔진 내부 볼트

성공으로 끝나는가 싶던 정비사들의 은밀한 수리는 결국 발각됐다. 지난달 16일 관련 정보를 파악한 동료 정비사가 파손과 수리 사실을 정비부장에게 보고했다. 곧바로 시작된 사내 조사에서 정비사 4명은 잘못을 인정했다. 지난 2월 엔진 최초 수리 과정에서 정비 매뉴얼을 따르지 않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매뉴얼 순서대로 정비를 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기술 부문과 협의해야 하지만 이를 어기고 독자적인 판단으로 배관을 뜯어내려 했다.

국토교통성은 5일 NCA에 ‘엄중 주의’ 처분을 내렸다. 관리 감독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부러진 볼트가 비행 안전성에 직결되는 부품은 아니지만 안전 의식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회사측은 해당 정비사 4명을 집에서 대기하도록 명령하고 징계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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