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과 대신 망고를…한반도 열대과일 19종 재배

중앙일보

입력

2070년, 전남 보성군으로 가면 광대한 녹차밭 대신 사탕수수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경북 청송군 농가에서 사과 대신 망고를 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농촌진흥청 기상청 등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 변화 등을 감안해 내놓은 시나리오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미 한반도 남부는 아열대 과일들의 생산지로 변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열대·아열대 채소와 과일은 총 14종이다. 과일은 망고·골드키위·용과·패션프루트·바나나·아떼모야·구아바·파파야·아보카도 등으로 주로 비날하우스 등의 시설에서 재배 중이다. 채소류는 아티초크·쓴오이·오크라·열대시금치·울금 등 5종이다.

아열대 과일과 채소의 산지는 제주를 비롯해 남해안(전남·경남) 일대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60년이 지나면 경기 일대의 한반도 중부까지 재배지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채소류는 더욱 빠르게 확산돼 전남은 물론이고 이미 전북까지 재배지를 넓힌 상태다.

아열대 식물 재배가 확산되는 이유는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 변화 때문이다.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려면 연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돼야 한다. 현재 16개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부산ㆍ전남ㆍ제주만이 이에 근접한 상태다. 하지만 2080년에는 강원도를 제외한 15개 지역이 모두 이를 충족시킬 것으로 농촌진흥청은 예상했다.

열대 과일과 채소의 재배 면적도 확장 추세다. 2001년 30만 4000㎡에서 올해는 336만㎡으로 16년만에 재배면적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작물별로는 골드키위가 230만㎡로 가장 넓었고, 울금(50만㎡)·망고(30만㎡)·용과(4만6000㎡)·아보카도(3만8000㎡) 순이다.

농촌진흥청은 이 외에도 아열대 과일와 채소 23종을 더 재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올리브·사포딜라·카니스텔·용안·쥬쥬베 같은 과일을 비롯해 사탕무·사탕수수· 롱빈·아스파라거스와 같은 채소류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품목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인 작물인 인삼은 재배면적이 급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전 국토의 75%에서 재배가 가능한 인삼은 2060년 이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5.1%)에서만 재배가 가능해진다. 사과와 복숭아도 2060년부터는 강원도 일부 산간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해지고, 2090년쯤에는 아예 한국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황주홍 의원은 “온난화에 따라 열대 과일과 채소류 재배가 점진적으로 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농업인의 소득창출을 위해서라도 재배기술 등을 널리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