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수원 온 카타르 감독, 알고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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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훈련에 앞서 카타르축구협회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포사티 감독(오른쪽에서 두번째). [수원=김지한 기자]

한국 축구에 씁쓸한 기억을 안겼던 호르헤 포사티(64) 카타르 감독이 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카타르뿐 아니라 한국도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는 말로 은근한 심리전을 펼쳤다.

한국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
리그 3차전을 치른다. 1승1무(승점 4)를 거둔 A조 3위 한국과 2전 전패로 조 최하위에 머물러있는 카타르 모두 중요한 경기다. 경기 전날인 5일 경기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포사티 감독은 "한국은 좋은 팀이다. 조직력과 선수 개인 능력도 뛰어나다"면서도 "카타르 선수들도 준비를 많이 했다. 오래 전부터 호흡을 맞췄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포사티 감독의 자신감은 5년 전 기억 때문일지 모른다. 그는 2011년 알 사드(카타르)를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수원 삼성, 전북 현대 등 K리그 팀들을 차례로 눌렀다.

결과적으론 K리그 팀들을 넘었지만 과정은 개운하지 못했다. 특히 2011년 10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4강 1차전에선 비신사적인 행위로 수원뿐 아니라 K리그 팬들의 분노를 샀다. 당시 알 사드는 1-0으로 앞선 후반 35분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양 팀 선수가 쓰러져 수원의 염기훈이 밖으로 내보낸 볼을 스로인 상황에서 공을 수원에 되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수원 진영으로 돌진해 추가골을 넣었다.

이후 양 팀 선수들이 충돌했고, 난입한 관중을 알 사드 선수가 몸으로 밀어내자 몸싸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알 사드는 2-0으로 승리했고, 수원에 홈 2차전에서 0-1로 졌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결승에 올랐다. 당시 포사티 감독은 "카메라는 진실을 말한다. 난 팬 폭행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북 현대와 결승전에서도 알 사드는 지루한 수비 축구와 시간을 끄는 행위 등으로 승부차기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빈축을 샀다.

포사티 감독은 꼭 5년 만에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당시 기억에 대해 포사티 감독은 "이 경기장에 감독으로 와 약간의 이슈가 됐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호세 다니엘 카레뇨 감독의 뒤를 이어 지난달 25일 카타르대표팀 감독에 부임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카타르에 대해 잘 알고 경험 많은 지도자다.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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