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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최루가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티어개드 이즈 베리 핫』(최루가스가 매우 독해요)
11일 하오4시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호텔 뒤편 주차장.
10여명의 외국인투숙객들이 방금 주차시킨 차에서 빠져나오면서 사정없이 날아드는 최루가스에 몹시 고통스러운 듯 손으로 입을 가린채 황급히 호텔로 뛰어들고 있었다.
주차장 건너편 동국대 정문쪽에선 돌과 화염병을 든 학생들이 달려나오고 있었고 전경대원들의 총구에선 일제히 최루탄이 날았다.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 동국대생들의 불교 제반악법 철폐를 위한 시위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의 공방전현장.
『약속시간이 다됐는데 큰일났습니다.』
호텔1층 로비에선 외국인 투숙객들이 창밖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발을 동동굴렀고 옆에 선 종업원들은 민망스러워 연신 고개를 숙여댔다.
일부 투숙객들은 호텔밖으로 나갔다가 눈물을 흘리며 다시 돌아와 심한 재채기를 한다.
호텔측은 시위가 시작되나 공기정화기를 가동시켜 실내의 최루가스는 지웠으나 건물밖은 한발짝만 나가도 최루가스 자욱한 전쟁터(?).
아시안게임 취재등을 위해 이 호텔에 묵고 있던 일부 외국인기자들은 무비카메라를와들고 나가 시위장면을 필름에 담는 등 장외아시안게임(?)취재경쟁을 벌였다.
『학생들이 던진 돌에 1층 뒤편의 대형유리창이 깨지고 그 틈으로 최루가스가 새어들어와 혼났습니다. 대회기간엔 2백70여명의 외국기자들이 묵을 예정인데 장사도 장사지만 외국인들이 자칫 우리나라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갖고 가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학생들과 경찰이것공방전을 지켜보던 호텔관계자는 투석과 최루탄 공방잔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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