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먹은 주민들, 동물보호법 위반 논란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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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지 나흘 만에 뼈만 돌아온 대형 반려견의 죽음을 두고 동물보호법 위반 논란이 뜨겁다. "주민들에게 잡아 먹히기 전 개가 살아 있었다"는 개 주인의 주장과 "이미 죽어 있던 개를 잡아 먹었을 뿐"이라는 주민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5일 "길 잃은 개를 잡아먹은 혐의(점유물이탈 횡령)로 입건된 조모(73)씨 등 4명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점유이탈물 횡령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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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생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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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생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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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생전 모습

조씨 등은 지난달 28일 익산시 춘포면의 한 도로에서 대형견 품종인 올드 잉글리시 쉽독 1마리를 트럭에 실어 인근 마을회관으로 끌고가 잡아먹은 혐의를 받고 있다. 죽은 개는 지난달 26일 새벽 완주군 삼례읍에 사는 채모(33·여)씨 집에서 실종된 10살짜리 반려견 '하트'였다. 채씨는 경찰에 '분실(실종) 신고'를 하고 마을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지난달 '하트'는 30일 뼈 일부만 돌아왔다.

채씨는 "50~60대 남성 서너 명이 몽둥이를 들고 개 주위를 서성였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하트'가 트럭에 실리기 전 외부 충격으로 숨이 끊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씨 등은 "이미 몸이 뻣뻣해져 죽어 있던 개를 버리기 아까워서 주워다가 보신용으로 먹었다. 개를 때려서 죽이지 않았다"며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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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블랙박스 화면에 찍힌 `하트`의 마지막 모습. [사진 개 주인 채모씨]

경찰에 따르면 마을회관 폐쇄회로TV(CCTV)에는 지난달 28일 정오쯤 조씨 등이 개를 트럭에 싣고 오는 장면이 담겼다. 육안으로는 '하트'가 죽어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같은 날 시내버스 블랙박스 영상에선 익산교 인근 도로변에 엎드린 '하트'가 고개를 드는 등 살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하트'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를 밝히기 위해 조씨 등 피의자 4명을 제외한 마을 주민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동물 학대 혐의를 적용하려면 개가 잡아먹히기 전 생사 여부가 중요하다"며 "개 주인과 피의자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씨는 지난 3일 "조씨 등을 강력히 처벌해 달라"며 다음 아고라에 청원을 내 사흘 만에 1만2000여 명이 서명했다. 익산경찰서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도 피의자들을 엄벌해 달라는 글이 2000여 건 올라왔다.

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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