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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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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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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전 1국> ●·커 제 9단 ○·강동윤 9단

9보(92~101)=신중한 얼굴로 숙고하던 커제의 손이 우변 쪽으로 향한다. 93은 타협. 검토실에서 이 대국을 집중 분석하던 국가대표 동료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 한다. “커제가 거길(94의 곳) 왜 안 뚫었지? 백 한 점 잡고 타협할 거였으면 그냥 갔어야지, 저 교환(흑▲와 92)은 손해 아닌가?”

흑은 중앙 95, 96의 문답을 거쳐 상변 97로 뛰었다. ‘뒷맛’이 있는 거 같지만 98에 99가 불가피하고 그때 100으로 붙여 흑이 안 된다. 흑A, 백B, 흑C, 백D로 이어지는 수상전은 백이 한 수 빠르다. 이렇게 되면 흑은 네 점을 투입한 상변에서 아무런 소득 없이 물러선 꼴이다.

흑이, 백 92 때 94의 곳을 뚫지 않고 93으로 타협한 것은 실수라는 게 검토진의 판단인데 뜻밖에도 커제의 표정은 밝다.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은 없다는 듯 평온한 얼굴이다. 설마, 상변 네 점을 버리면서 99를 선수 처리하고 중앙 101의 두터운 꼬부림을 선점한 정도로 충분한 형세라는 뜻일까? 여기서 백의 선택은 좌변을 키우거나 우변 흑 세력 삭감. 프로들의 눈이 일치한 최선의 곳은 ‘참고도’ 백1인데 문제는 흑2, 4에 응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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