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트럼프, 지지율 추락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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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달 26일 1차 TV 토론에서 완패한 데 이어 납세 의혹이라는 초대형 폭탄을 맞으며 위기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CBS뉴스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45%를 얻어 41%인 트럼프를 4% 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는 자유당 게리 존슨(8%)과 녹색당 질 스타인(3%)을 포함한 가상 4자대결에서다. 직전인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는 동률(42%)이었다. 같은 날 CNN과 여론조사기관 ORC가 발표한 4자 대결 조사에서도 클린턴은 47%로, 42%를 얻은 트럼프를 제쳤다. TV 토론 직전 클린턴이 트럼프에 3%포인트 차로 뒤졌다가 선두가 뒤집혔다.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발표한 4자대결 여론조사 역시 클린턴 42%, 트럼프 36%로 클린턴이 치고 나왔다.

당초 대선 전달인 10월에 뭔가 큰 게 터진다는 ‘10월 격변설’이 미국 대선판에 돌아다녔다. 트럼프 진영이 충격적인 흑색선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네거티브의 달인이던 트럼프가 뉴욕타임스(NYT)에 전달된 익명의 폭로성 제보로 치명상을 입는 10월 격변설이 등장했다. 폴리티코의 벤 화이트 경제담당팀장은 “트럼프 캠프가 죽음의 나선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 같다”고 CNBC 뉴스에 기고했다.

트럼프 캠프는 해명 불가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납세 의혹은 트럼프에겐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2중 악재다. 파산 경력이 재부각돼 트럼프를 뒷받침해온 ‘성공 신화’가 가려지는데다 그간 기득권을 비난해 온 트럼프가 실제로는 부도덕한 기득권의 대표자였다는 공격을 피할 방법이 없다. 클린턴은 이날 “그 어떤 천재가 한 해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손해 보나”라고 비웃었다. 앞서 트럼프 측근들이 트럼프가 18년간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절세의 천재’로 포장한 데 대한 비난이다.

클린턴은 “수백만 명의 미국 가정이 열심히 일하고 세금 부담을 지는 동안 트럼프는 이 나라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트럼프가 운영해온 자선단체 ‘도널드 J 트럼프 재단’이 적법한 등록도 하지 않고 활동해 뉴욕주 검찰이 모금 중단 명령을 내리며 악재가 겹쳤다. 트럼프는 지난 1일 “클린턴은 심지어 (남편인) 빌 클린턴에게도 충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도설을 제기했지만 언론의 비난만 받으며 헛발질로 끝났다.

트럼프의 납세 기록을 NYT에 전한 제보자를 놓고도 인터넷 매체들이 달아올랐다. NYT가 “우리도 모른다”고 함구한 가운데 트럼프와 이혼한 뒤 앙심을 품었던 둘째 부인 말라 메이플스라는 등 온갖 추측이 돌고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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